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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나의 이야기

차 한잔의 여유(0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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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

**
*** “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시인 정석남
**
시인은 짧은 가을날을 애도하고 있지만
실은 국화꽃 그늘 , 마음의 그늘 이란
여운과 여백을 통해 은은한 암시의
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하여
그늘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늘의 미학이다

가을은 마치 간이역 같은 모습으로 다가 온다
간이역이 있는지 조차 모르다가 어느 순간 멈추어
서면 왠지 낮 설고 어색한 그러면서 지나쳐 버리는
바쁜 일상에 쫓기는 이들에게는 언제부터인가 가을은
남의 일이 되어 버렸다
어느 때부터 우리들은 가을을 잃어 버렸을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풀거리는 단풍잎들,
명경지수와 계곡의 오색영롱한 가을빛은 TV와
사진속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실은 잃어버린 것은 마음의 여유로 , 가을은 스쳐가는
길손처럼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가 버리는 것이리라

사각의 링 같은 아니 무한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정글같은
삶의 현장에서 장래를 설계하고 일년을 열심히 살아온
우리가 문득 뒤 돌아보고 갖은 것 얻은 것이 없다는 현실은
실감할 때 가을은 스트레스처럼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함은
또 왜일까  이 고통은 고통받는 이의 가족과 동료에게도
전이되는 것같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 이 가을에 간이역에서 멈춤과 같은
휴식을 주자
상처받은 동물은 그냥 조용한 곳에서 먹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과 음식을 끊는( 몸을 조리고)  것으로 치료한다
틱낫한 스님은 생활 속에서 앉는 명상을 통해 깊은 휴식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명상을 통한 휴식의 예로 강물 속의 조약돌을 제시한다
깊은 강을 상상하고 그 강에 조약돌 하나를 던져 놓고
바닥에 서서히 내려 앉아 강물이 자유롭게 스쳐감을 느낀다
조약돌처럼 그냥 힘을 빼고,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는 자세
그대로 자신을 서서히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리고 강물속의 돌맹이처럼 다만 존재하고 휴식하라고 한다

삶의 곧 수행이요 , 수행이 곧 삶이라는 말이 있다
세존은 수행에 대해 “내 수행은 수행하지 않는 수행이다”
라고 한적이 이 있다 , 더나아서 “ 여래는 상(相)이 아니니
유상적 여래(有相的 如來)에 집착하지 말라“라고 하셨다
수행의 修는 닦을 수요, 行은 행동습관이나 사고방식에 관련된
일이므로 살아있는 마음을 의미 한다고 보면,
마음이란 존재현상은 인연기멸(因緣起滅)하는 무상하고
무아한 것이니 , 자연스럽게 한세상 살라는 말이리라

휴식이 명상이 첫 단계요
수행은 명상을 통해 시작된다면 수행하지 마라
그것이 바로 수행이다는 말은 공감이 하기 어려운 말이다

틱낫한 스님은 생활속의 명상 방법으로
전화명상을 소개한다

즉 첫 번째 전화벨이 울리면 무엇을 하고 있던 즉시
멈춘다 걷고 있는 사람은 걸음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말을 멈춘다 그리고 자신의 호흡으로 들어간다

두 번째의 벨이 우리면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전화기
쪽으로 다가 간다 , 제자리에 있다면 계속 호흡을 집중하고
빨리 받아야 하겠다는 조바심을 낼 필요가 전혀 없다
전화를 건 사람이 정말 중요한 용건이 있다면 벨이 3번
울리기 전에는 끊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벨이 울리면 전화를 받으며 호흡수행을 한다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고요히 하고 숨을 내쉬며 웃는다
벨이 울리는 동안  이런 맘으로 호흡한 후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비로워 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면의 힘과 평화를 키우며  당신의 뜻을 100%로 상대에
전달할 수 있으며  일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가을 맑은 창공을 바라보며  
순간 순간 짧은 명상을 통해  맘에  휴식을 주자,  
그리고 맘 아파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고  함께하자

시 한수  같이 읊어 보자

오랫동안
감나무를 바라보면 어떨까

바쁘게 달려가다가
힐끗 한 번 쳐다보고

재빨리 사진 한 장 찍은 다음
앞길 서두르지 말고

그 자리에 서서 또는 앉아서
홀린 듯
하염없이 감나무를 바라보면
어떨까

우리도 잠깐
가을 식구가 되어
**
**  감나무 바라보며 / 시인 김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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