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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나의 이야기

강희안의 산수도 (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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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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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를 기다리며 ”/ 詩人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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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과 입하 사이에 드는 곡우(穀雨 :4월20일)을 전후해서
본격적으로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는 한해 농사일이 시작되고
우리는 생기가 넘치는 영롱한 삶의 계절인 봄을 구사하게 된다

겨울의 긴 터널, 고문처럼 견디어야 했던 추운 겨울은 우리의
가난과 메마른 가슴을 송두리째 들추어내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깨닫게 한다 ,을 경험하고 나온 사람은
봄의 소중함을 느끼며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이 오리라는
기대감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신비로운 색의 조화와 더불어 오는 봄은
따뜻한 햇살의 부드러운 속삭임,
출렁이는 생기의 율조와 가락으로
잊혀진 것을 기억하게 하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게 해주어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고  꿈, 미래, 관조, 환상 등의
만남을 통해 아름다음에 대한 설레이는 향수를 갖게 해 줌으로
그것은 우리에게 일종의 동경으로 다가 온다

재현미술이 일종인 구상으로서의 산수화는 현실적 경험적
대상인 자연을 소재로 하여 필연적으로 인간생존의 절실한
목표인 자연에의 귀의( 곧 인간에의 귀의), 즉 자연에 대한
사랑을 그림으로 사람됨을 우러르는 행위에 대한 동경이다

윤곽, 선, 색체로 이루어진 집합체 2차원의 평면인 그림을
시각적 체험을 통해 우리는 그 것을 3차원의 세계로 읽으려
한다 , 색체와 형체가 사람에게 의미있는 서사의 매체가 될 수
있다면 사실과 의미의 연결은 그 연결을 허용하는 세계 자체에
대한 형의상학적 가정을 전제할 수 있고 그 것을 구현하는 것이
삶의 원형적 의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산수화의 오리엔테이션(定位力)은 끊임없는 우리의 지향인
아름다움을 쫒는 원초성과  우리가 소망하는 정신세계의 가치의
만남은 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터득케 하는 데 있다
그것에 교훈적, 규범적 성격(의도적 제한)으로 전체화된 일정하게
배열되는 구체적인 질서를 통해 실존적 의미를 지각 체험케 한다

위 그림은 자가 경우, 호가 인제인 조선조 初 詩 書畵의 三絶인
강희안의 작품인 산수도 중의 하나로 현재 일본 도쿄 박물관에 있다
인제는 양화소록을 집필할 정도로 화초 재배에도 달인이었다
1445년 수양대군(세조)이 모사 한명회의 도움으로 등극 시,
원종공신으로 책봉도 됐으나 단종복위로 사육신이 사지가 찢기는
참형(車裂)을 당할 때 이개와 연루되어 신문과 고초를 받고 사지에서
기이하게도 성삼문의 변호로 되 살아 나왔다 했다.
세종이 사후 왕권을 둘러싼 참극을 경험한 강희안은 성품이
온화하고 조용하며 청렴 소박했고 호조참의 에 집현전 직제학까지
지냈으나 권력집착에는  관심이 없고
풍류와 고독을 즐겼다고 한다

“ 그림이란 천지만물의 이치를 깨닫는 도구이다 ”라고
말한 화백은  고요히 세상만물을 관찰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져 하는 자신의 마음을 그림 속에 담아냈다고 할 수 있겠다
창생의 생명력인 조화의 참모습, 眞은 유형의 사물을 이루는
무형의 본질로서 形의 존립근거가 되기 때문에 조형의 긍극적
가치는 이 참모습을 드러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했다.
윗 그림 감상에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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