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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동물.식물 관련

마가목(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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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마다 자리 잡는 터전이 따로 있다. 낮은 개울가에서부터 높은 산꼭대기까지 곳곳마다 나무의 얼굴이 다르다.

대체로 낮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조상이 좋은 땅을 물려주어 행복하게 자라지만, 높은 산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어쩔 수 없이

쫓겨 와 어렵게 사는 경우가 많다.

마가목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한대수목이다. 세계적으로 80여 종이 있는 마가목은 시베리아에서도 자란다.

그러나 사람이 일부러 키우면 평지에서도 잘 적응한다. 이는 먼 옛날 마가목의 선조들은 보통 나무들처럼 낮은 곳에서도 자랐으나,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그래도 비교적 경쟁이 덜한 추운 곳으로 차츰차츰 올라간 것임을 말해준다.

마가목은 높은 산 중턱에서부터 꼭대기에 걸쳐 자란다. 그래서 일부러 산에 올라가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나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원수로 널리 심고 있어서 공원이나 수목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마가목은 계절마다 모양새가 독특하여 따로 나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다.

우선 잎은, 긴 잎 대궁의 좌우에 작은 잎이 10여 개씩 붙어 있는 전형적인 겹잎이다. 작은 잎은 손가락 두세 마디 길이이며,

가장자리에 제법 날카로운 톱니가 촘촘하게 있어 멀리서도 마가목 잎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꽃이다. 늦봄에서부터 초여름에 걸쳐 가지 끝에서 여러 개의 꽃대가 올라와 우산모양으로 수많은 하얀 꽃이 핀다.

손톱 크기 남짓한 꽃이지만 무리를 이루어 피는 모습은 초록 톱니 잎과 잘 어울린다. 열매가 익어 가는

여름에는 다른 나무에 섞여버려 잠시 잊어버린다. 그러다가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들어서면 갑자기 사람들의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수많은 꽃 핀 자리마다 굵은 콩알 굵기만 한 동그란 열매가 빨갛게 익기 때문이다.

아직 초록색 잎이 그대로인 채로 빨간 열매가 무더기를 이루므로 감히 아름다움을 겨루어보자고 할 나무가 없다.

 

               

마가목은 키 7~8미터가 고작인 중간 키 정도의 갈잎나무로서 껍질은 갈라지지 않고 매끄럽다.

마가목과 당마가목을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마가목은 잔잎의 수가 9~13개이고 겨울눈에 털이 없는 반면,

당마가목은 잔잎의 숫자가 13~15개이며 겨울눈에 흰털이 촘촘하다.

마가목 열매는 널리 알려진 약재다.

《동의보감》에는 마가목을 정공등(丁公藤)이라 하여 “풍증과 어혈을 낫게 하고 늙은이와 쇠약한 것을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허리힘, 다리맥을 세게 하고 뼈마디가 아리고 아픈 증상을 낫게 한다. 흰머리를 검게 하고 풍사(風邪)를 물리치기도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 한약재인 정공등은 ‘Erycibe obtusfolia’, 혹은 ‘Erycibe schmidtii’라는 학명을 가진 별개의 식물이다.

 마가목의 덜 익은 열매에 들어 있는 소르빈산(Sorbin acid)은 살균효과가 높고 세균이나 곰팡이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지금은 식품첨가물로 쓰기도 한다. 마가목은 열매 외에도 민간요법에서는 껍질과 잎이 신장병이나 신경통 등 여러 가지 쓰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전기의 문신 김종직은 함양군수로 재직할 때인 1472년 초가을에 지리산을 등반하고

두류기행록(頭流記行錄)》각주1) 를 쓴다. 여기에는 “숲에는 마가목(馬價木)이 많아서 지팡이를 만들 만하기에

종자(從者)로 하여금 미끈하고 곧은 것만 가려서 베어 오게 하니, 잠깐 사이에 한 묶음이 가득했다”라고 했다.

이외에 《조선왕조실록》이나 《물명고》에도 같은 이름이 나오며, 《열하일기》에는 마가목(馬家木)이라 했다.

유래는 찾지 못하였으나 마가목이란 이름은 말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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