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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동백나무는 때죽나무와 형님 아우 하는 사이다. 형제 사이가 판박이인 경우도 있지만 얼굴이 닮지 않아 엄마가 애매한 의심을 받기도 한다. 두 나무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잎사귀가 서로 다르다. 쪽동백나무 잎은 둥그스름한 모습이 얼핏 오동나무 잎이 연상되는데, 손바닥을 펼친 만큼의 크기에서부터 때로는 잎 한 장으로 얼굴 전부를 가릴 수도 있을 정도로 크다. 그래도 같은 피라는 사실은 숨기기 어렵다. 잎 이외에는 꽃모양도 거의 같고 껍질도 서로 구분이 안 될 만큼 비슷하다.
쪽동백이라는 나무 이름이 흥미롭다. 옛 여인들은 동백기름으로 머리단장을 하고 참빗으로 곱게 쪽을 지었다. 뒷머리에 은비녀 하나를 가로지르면 정갈스런 마님의 표준 치장이었다. 그러나 동백기름은 남서해안의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나라에서 세금으로 거둬 갈 만큼 귀하게 여기는 물건이다 보니 일반 백성의 아낙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동백기름의 짝퉁이 필요했다. 마침 품질은 조금 떨어져도 동백기름을 대용하기에 크게 모자람이 없는 쪽동백나무를 찾아냈다. 이것으로 씨앗기름을 짜서 두루 사용한 것이다. 쪽동백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자라며 머릿기름 말고도 호롱불 기름으로도 쓰였다.
접두어 ‘쪽’이란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나 쪽문, 쪽배처럼 ‘작다’라는 뜻이다. 동백나무보다 열매가 작은 나무란 의미로 쪽동백나무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쪽동백나무는 때죽나무, 생강나무 씨와 함께 동백기름을 쓸 만한 지체 높은 마님이 아닌 대부분의 옛 여인들이 널리 이용한 자원식물 중 하나이다.
쪽동백나무는 북한의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이외 어디에서나 자라는 잎이 지는 중간 키 정도의 나무이다. 대체로 키 7~8미터에 지름이 한 뼘 정도면 아주 굵은 나무에 속한다. 꽃은 때죽나무와 거의 같으나 꽃잎이 약간 더 길고 깔때기 모양에 가깝다. 또 꽃대는 때죽나무가 2~5개씩 모여 짧은 꽃차례를 만드는 것과 달리 20여 송이씩 긴 꼬리모양의 꽃차례를 만들어 아래로 처져 달린다. 때죽나무가 나무 전체를 꽃으로 덮은 느낌인데 비하여 쪽동백나무는 커다란 잎과 잎 사이에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백운목(白雲木)’이라 했다. 중국 사람들은 열매의 아름다움을 두고 ‘옥령(玉玲)’이라 했다. 학명 obassia는 ‘큰 잎 때죽나무’란 뜻이다. 같은 식물을 두고 이렇게 보는 관점이 다른 것도 흥미롭다. 우리는 한자 이름이 따로 없고 중국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것 같다. 열매모양은 때죽나무와 거의 같다.
한약재로 귀하게 쓰이는 안식향(安息香, benzoin)은 수마트라 안식향과 샴 안식향이 있으며, 주로 쪽동백나무나 때죽나무와 같은 종류인 벤조인(학명 Styrax benzoin)에서 얻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