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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이 짙어졌다
눈망울이 덮인다
일흔 여덟 번째의 가을이 온다
봄은 죽도화
여름은 부용꽃
눈 위에 새의 발자국을 찍어놓고
겨울은 산 뒤쪽 어디로 가버렸다
뒤 꼭지에 눈이 없어
한해를 다시 기다려야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눈은 이제 귀가 됐다
속눈썹 속의 귀
속눈썹들의 그 많은 귀
보이지 않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어디서 소리가 난다
길게 한번만
아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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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蘭 ” / 김 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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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할미꽂 할미꽃이 생각난다
소등 같은 언덕 위 이름모를 무덤가에 햐얀 머리카락을 날리며
하나같이 등 굽어 피어 있는 꽃
옛날에 어떤 할머니가 세 손녀를 데리고 가난하게 살았읍니다
없는 살림살이에 할머니 혼자 손녀들을 키우기가 쉽지가 않아
시집보낼 때꺼정 힘든 일도 마다않고 아주 열심히 살았답니다
세월이 흘러 세 손녀를 시집보내게 되었는데
첫째 해순이는 김대감집 며느리가 되어 부잣집으로 시집가고
둘쩨 달순이는 바닷가에서 어물가게를 하는 부잣집으로 시집가고
셋째 별순이는 시골의 가난한 선비집으로 시집을 갔답니다
머리는 희고 등은 곱사처럼 굽어진 할머니는 삼년이 지나도록
손녀들에게서 소식이 없기에 할머니는 손녀들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어느 추운 겨울, 죽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손녀를 만날
요량으로 손녀들의 집을 향해 길를 나섰습니다
첫째 손녀, 해순이의 집은 대궐같이 크고 넓었어요
할머니를 맞이한 큰손녀는 할머니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못 되어 한밤중 우연히 손녀내외가 하는 애기를
엿듣게 되었답니다
“ 저 늙은이가 우리 집에서 살 작정인가 봐, 얼른 쫒아내야지
안 돼겠어.“
“ 고기 반찬에 쌀밥만 주니까 그런가 봐, 내일부턴 꽁보리밥에
무 조각만 줘야겠어요.“
“ 에이고 무정한고 인정머리 없는 것들아, 늙은이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 “
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아침 일찍 달순이네 집으로
길을 재촉하며 먼 길을 걸어갔어요.
할머니는 달순이네 어물가게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다 떨어진 옷, 흩어진 하얀 머리.. 누가 봐도 할머니는 거지꼴이라
어물가게 점원이 근접을 허가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온몸에 비단으로 휘감은 달순이가
사뿐사뿐 걸어 나왔습니다
“아가 ! 달순아 할미가 왔다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니..”
할머니가 달순이의 손목을 잡으려하자 달순이는 뒤로 물러서며
할머니를 나무랐습니다
꼴이 뭐냐고, 창피하다고 , 얼른 따라들어 오라고 ,
생 야단을 치면서 말입니다
“아니다 , 내가 잘못 왔구나, 나 때문에 네 체면이 깍이면 안되지,
난 이만 가봐야겠다, 잘있거라 ...“
할머니는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달순이네 집을 나왔습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밤이 새도록 절뚝거리며 걸었습니다
별순이네 집은 고개를 몇 개나 넘어야 했습니다
너무나 힘들게 먼 길을 걸어야 했고
치친 나머지 주의했지만 미끄러운 언덕에서 굴렀으며
그 자리에서 힘껏 다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섰으나,
연로하여 끝내 눈 위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한편 별순이는 이상하게 꿈자리에서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 이튿날 일찍 언덕 위로
달려간 별순이는 할머니의 싸늘한 시신을 안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별순이는 할머니 무덤가로 갔는데
무덤위에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처럼 흰 털이 난 꽃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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衆鳥高飛盡 (중조고비진 )
孤雲獨去閑 (고운독거한 )
相看兩不厭 (상간양불염 )
只有敬亭山 (지유경정산 )
새들이 높이 날아 간 곳 없고
조각구름 홀로 유유히 흐르네
서로 마주 보이도 물리지 않음은
오르지 경정산 너뿐인가 하노라
** “ 獨坐 敬亭山 ”
*** ( 자가 태백인 이백(701~762)이 야랑으로 유배 시
외로운 신세를 노래한 시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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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8월(양력으로)이 시작된다
입추까지 꼭 일주일 남았다
어둠이 짙어지면 새벽이 오는 법
이제 가을을 이야기할 때가 온 것 같다
김춘수님의 " 들리는 소리"를 이어 적어본다
불러다오
멕시코는 어디에 있는가
사바다 사바다
멕시코는 어디 있는가
사바다의 누이는 어디 있는가
말더둠이 일자무식 사바다는 사바다
멕시코는 어디 있는가
사바다의 누이는 어디 있는가
불러다오
멕시코 옥수수는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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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의 세계
형태도 없고 경계도 없는
마음속의 빈자리
가숨으로 느끼는 부재
無(空)
없으므로 채워지는
난과 하는 삶의 연륜 속에
맘으로 보고 눈으로
들을 수 있다면 ..
난을 곁에 두는 삶은 풍요롭다
이제 눈처럼 흰 추란 소심이 피어 맑은 난향 속에
난꽃 넣은 술잔에 비친 맑는 가을 달을 관조하며
오랜만에 반가운님과 담소하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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