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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꽃잎
저 밑에서
달은
곱게 뜨고 있었다
높은 내 집
10층의 달빛은
창가
한참 쉬어 가고 있었다
난실
아침 햇살에
정적은
안개를 걷고 있었다
난 꽃잎
저 밑에서
달은
서러운 모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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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과 달 ”/ 김해성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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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묵란은 秋史 김정희(1786~ 1856)의 남종화풍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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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기억이 아물 해지면서 한낮에는
따가운 햇볕이 피부로 느껴지고
아침 저녁으로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이
가을을 실감케하는 9월은 어쩌면
여름과 가을의 틈새에 낀 계절이라 하겠다
들녘에 나가 보면 곡식들이 한창 여물어 가고
주변 숲은 어느덧 가을빛으로 물들어 감이 보인다
백로도 지나고 한가위가 꼭 십오일 남았다
이 때쯤이면 고향을 떠나온 이들은 고향 산 천변에
모셔둔 조상님의 산소를 성묘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며칠간 야산을 헤매며 벌초할 생각을 하면 괴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된 삶 속에 잊혀 지내던
고향을 생각하면 조금은 설래기도 한다
개중에는 남몰래 혹은 서럽게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온
고향이 원망과 미움으로 얼룩져 고향을 외면할 만치
마음속의 고향이 늘 피해의식 속에 살고 있는 이도
없지는 않겠지만 각박하게 지내온 나날들을 되새겨 보면
고향은 그래도 가슴을 지피는 훈훈한 인정이 있던
곳으로 생각되리라
5.16 이후 무차별적인 개발과 억지로 산천이 모두 변해
마음속에 그려진 풍물은 찾아 볼 수 없어 이제는
우리의 정서 속에만 살아 있고 그리움의 거처로 변해
버렸지만 실향의 설움을 안은 이들에게는
고향은 언제나 어머님의 품속처럼 그립고 , 포근한
옛 꿈과 아련한 추억이 살아 숨쉬는 그리운 보금자리
같은 것이요 ,
우리의 매마르 정서를 풍요롭게 정화시켜주는
생명의 샘이요 자양의 터전이라 하겠다
감성이 풍부한 이들에게는
고향은 은은한 산울림으로 찾아 온다고 한다
옛 국민학교 시절 낡은 풍금소리, 물때에 따라
들려 왔던 파도소리 등
이 계절 길을 걷다가 문득 쳐다보면 붉게 물든 서녘하늘의
저녘 노울이 비쳐진 나뭇잎 사이로 잔잔히 흐르는
바람 속에서도 그리운 고향소식이 들린다고 한다
마음속에 피어난 고향은
누가 말했던가 냉장고와 같아서
차곡차곡 오랫동안 쌓아 두어도 변치 아니하여
타향살이의 외로운 삶 속에서 문득 문득 옛 고향이 그립고
돌아가신 선친이 보고 싶을 때 언제라도 꺼내 보아도
늘 새롭고 씽씽하다고
금년 한가위에는 고향가기가 어렵겠지만
만일 가게 되면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소꿉장난
시절의 친구 누구라도 수소문해서 찾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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