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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차라리
가슴에 남는 작은 반란
파도만이 넘나드는 바닷가 절벽
보이지 않은 바람의 아들로 태어나
느낄 수 없는 허무의 이름으로 내리는
이토록 시린 영혼의 뿌리
흙내도 비린 바위틈에서
외로움 마져 증발한 체온의
다만 은밀한 무심을 연다
풍문의 바다를 건너온
메마른 슬픔이 머물다 간 자리
절해의 벼랑을 흔드는
폭풍 노도의 세월에 씻겨
떠내려간 젊은 날의 갈증을
바람아 너는 아느냐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사이에서
망각이 밀리는 어둠을 받쳐
가만한 예감으로 몸을 푸는 향기
떠돌다 지쳐 돌아 누운 잠
혼자 남아 꿈꾸는 자유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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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風蘭 ” / 시인 : 손화영( 孫花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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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友 , 난석의 뇌출혈이란 급보를 받고 청주로
병문안 갔다 귀가 길에 난 겸초로 부터 왕달팽이
세 마리를 얻어 받고 돌아 왔다
난 계례는 무었담세 그런 미물을 키우려 하느냐
묻기에 좋아서 데려간다고 했다
움직임이 제일 느린 달팽이가 초고속 열차를 타고
서울 역을 통해 함께 귀경했다
더둠이를 가진 넘들은 꽤 많다
개미, 나비, 이 넘들은 그래도 잘 달리고 잘 날고
달팽이에 비하면 형편이 아주 좋은 넘들이다
달팽이는 눈이 있나요? 하고 문의늘 받았는데
눈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자기보다 더 큰 집을 등에 지고는 잘도 다닌다
더둠이를 두게 쭉 내밀고는 방향을 잡는 폼이
아주 그럴사 하다
달팽이 두 더둠이로 보는 세상이나
인간이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이 얼마나 다를까
은하계에서 지구는 티끌만도 못하다고 하는 데
법구경 다문품에 이런 경구가 있다
약다소유문 하여 ( 若多少有聞 )
자대이교인이면 ( 自大以憍人 )
시여맹집촉하며 ( 是如盲執燭 )
소피부자명이라 ( 炤彼不自明 )
무엇을 좀 들어서 알았다하여
큰체하며 남에게 교만한 것은
소경이 촛불을 잡아서 촛불이
그를 비쳐도 스스로는 밝지 못함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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