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또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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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멎자 / 매미소리
젖은 뜰을 / 다시 적신다
비오다 / 멎고,
매미소리 / 그쳤다 다시일고
또한 여름 / 이렇게 지나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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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여름 ” 시인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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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8.23.)를 그렇게 평일처럼 보낸지도
꼭 일주일이나 지났다.
처서를 기점으로 아침 저녁 기온이 완연히 달라졌다.
새벽녘에는 얇은 덮게이불도 따뜻하게 끌어 안는다.
사계절의 바뀜은
입춘(음력 1월 초하루)에 동풍이 아직은 춥게 느껴지고
입하(음력 4월 초하루)에 청개구리 울음소리 더위시작
입추(음력 7월 초하루)에 쓰르라미 여름간다 섧게 울고
입동(음력10월 초하루)에 언 빈들의 휑한 회색빛 창공
겨울바다처럼 싸늘한 바람 온몸으로 느껴진다.
모란꽃이 여름의 전령으로 여름의 옴을 알리건만
금년 여름은 모란이 시들고 난 후에 카메라를 들고
여름 찾았고 한 여름 연꽃도 파장 후 재레시장 보듯
들러 보았다.
秋靜長湖 碧玉流 추정장호 벽옥류
蓮花深處 繫蘭舟 연화심처 계난주
逢郞隔水 投蓮子 봉랑격수 투연자
或避人知 半日差 혹피인지 반일수
허난설헌의 “ 投蓮曲 ” 蓮子 던지며 부르는 戀歌 이다
초가을 옥빛으로 흐르는 조용한 호수가
매어논 쪽배가 연꽃 무더기 사이로 보이고
물건너 있는 남자친구에게 연꽃씨를 던져며
알린 戀心 남이 혹 눈치챘을까 반일 부끄럽네
사실 여름에는 대나무 막대기로 낚시대를 만들어
연못 깊은 곳으로 낚싯줄 드리우고 조용히 앉아
수초 사이로 유유히 누비는 가물치를 보는 맛도
좋고, 뚝 끝에 서있는 창푸른 미루나무에서 우는
참매미 울음소리 듣는 재미도 좋은데 이젠
모두가 꿈같은 이야기로만 생각되어짐은 왜일까
참, 여름과 매미는 국밥과 같은 사이이고 잠자리는
김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여름에 매미 없고 잠자리 빠지면 앙꼬없는 찐빵이다.
일전에 신문을 보니 매미 종류만 해도 15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종류는 15종으로 적어본다
털매미, 늦털매미, 깽깽매미 , 참깽깽매미, 유지매미
말매미, 참매미, 쓰름매미, 두눈박이좀매미,고려풀매미
애매미, 소요산매미, 새모배매미, 호좀매미, 풀매미
유년기에 우리와 친한 매미는 말매미 참메미 쓰름매미다
장대 끝에 동그랗게 굵은 철사로 호를 만들고 매어놓고
여기저기 아침부터 거미줄을 찾아 헤매다 보면
거미줄에 참새가 걸려 퍼덕이던 모습도 아련히 보인다
둥근 철사호에 거미줄을 잔뜩 묻히고 나면 의기양양해진다.
매미잡이 준비 끝이다.
키높이 보다 훨씬 높은 가지에 붙어 우습게 아래를 쳐다보며
울던 매미도 , 정조준하며 매미 근처에서 흔들거리던
거미줄 매미채를 보고 휭 날아오르던 매미도 투명한
날개가 끈적 끈적한 거미줄채에 붙어서 꼼짝없이 잡힌다.
매미울음 소리는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다르지만 울음소리는
대체로 세 가지로 분류가 되는 것 같다.
이른 아침에 울기 시작할 때는 일기변화에 따라 다른
수놈들과 경계의 날을 세우는 울음소리,
암놈들이 하나둘 나무 주위로 날아들면 짝짓기 직전에
우는 짝짓기 울음소리,
새 , 거미, 말벌들에게 잡히거나 ,
비행하지 못하게 붙잡혀 불안하게 우는 울음소리
등이다.
진나라 초기( 서진 AD 265~316) 시인이며 대학자이셨던
육운(陸雲)은 그의 “ 寒蟬賦 한선부”에서
매미 오덕을 노래했다.
문(文) - 곧게 뻗은 긴 입모양 선비 갓끈 같아 : 글을 안다
청(淸) - 이슬과 수액으로만 사니 : 청빈의 모범이 되며
염(廉) - 곡식과 과일을 탐하지 않아 : 염치가 있고
검(儉) - 남들처럼 집을 짓지 않아 : 검소의 표본
신(信) - 올 때와 갈 때를 아니 : 신의가 있다.
매미소리 / 그쳤다 다시일고
또한 여름 / 이렇게 지나가는가.
쓰르라미(쓰름매미 寒蟬) 여름 다 간다고 저리도 우는데
여름 마무리도 못하고 가을맞이 하는 내 삶의 모습
또한 여름 이렇게 지나가고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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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8. 한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