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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동물.식물 관련

매미를 생각하며

 

 

**

산벗나무 줄기에

왕매미 껍질이

앙증맞게 붙어있다

(중략)

거기엔 아무고통도

번뇌도

남아있지 않은

무념의 해탈이 있을 뿐이다

얼룩진 아무런 그늘도 없다

오직

추억만 남기고

** 박문신 “ 왕매미 껍질 ”

**

 

추분이 하루 지난 새벽 산보길에

조용히 떨어져 누어있는 매미를 보았다.

조용한 죽음 , 여름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더위다운 더위를 느끼고 보지도 못했는 데

적지 않은 날들이 참으로 빠르게도 지나갔다.

 

여름은 봄의 끝을 알리는 모란의 낙화로 시작되고

싱그러운 녹음 속 매미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으면

끝나는 것이 아닐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에 매미 울음소리가 빠진다면

무덥고 힘든 여름날 김빠진 맥주꼴이다

시원한 새벽녘 아파트주변 공원으로 운동차 나서면

오늘은 어떤 종류의 매미소리가 들리까 기다려지곤 했다.

 

사실 지금도 중고등학교 시절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때

방학 한여름 고향이 너무 멀고 교통사정 상 방문을 포기하고

학교 캠퍼스에서 지낼 즈음, 오후 한나절 도서관 창너머로

들려오던 청아하고 힘찬 매미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포도나무 밭 생울타리 싱그러운 가시아카시아 나무 둥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매매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금처럼 여러 연령대 남녀 구별없이 전철에서 보듯

소지하는 다양한 전자기기로  Tv ,만화보고 , 게임하는 데

기호에 맞고 갖고 즐기는 것이 많치않던 시절에는

개울에서 잡은 피라미 ,참새나 들새 새끼를 키우는 것 말고는

한 여름 잠시 갖고 노는 곤충으로는 매미가 으뜸이었다.

 

가늘고 적당한 길이의 장대 끝에 낚시줄로 올모를 만들어서

수간에 앉아 수액을 즐기는 숫매미 낚시를 하는 맛도 일품이다.

한낮에 수액을 충분히 뽑아 먹은 넘들은 천적인 때까치가

접근하기 전에는 오전처럼  서로들 이리저리 날라다니거나

잘 도망가지도 않고 느긋하게 나무 그늘에서 쉬는데

조그만 낚시줄 올모을 머리쪽에 들이대면  톱니같은 앞발을 들고

거부하는 데 앞발이 한개라도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머리 뒤쪽으로

낚아채면 된다.

놀라서 오줌을 싸면서 도망치려하지만 올모에 걸려 잘 잡힌다.

 

여름동안 매미에 대한 기사내용의 수순을 보면

대부분 매미소리가 너무 커서 소음공해라는 취지로 시작되고

매미는 해충이니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 묻고는

이 물음의 답은 해충약도 별로 효과없다는 투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유난한 소음이 심한 지역으로는 터널주변 이거나

고충 아파트 주택 밀집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는 서울시내 가로수를 보면 그 이유를 알수 있겠다

예전에는 버드나무 ,프라타나스 나무 등이 가로수로 주종이었는데

알레르기 공해를 일으킨다고 모두를 배어져버리고 그 자리에

공해에 강한 은행나무가 대부분 심겨져 있다.

문제는 심겨진 은행나무에는 곤충이나 새들조차 몰려들지 않는다는 것

가을되면 은행이 나무 주변에 떨어져 고약한 냄새를 퍼트리고,

연노한 주민들이 기관지에 좋은 은행을 줍고 따면서 교통사고 위혐이 있어

요즘은 전적으로 은행나무를 고집하지는 않는 것 같기는 하나 ,

아파트에는 느티나무, 벗나무 등 다른 수종들이 심겨지고

터널주변 야산에는

아카시아나무가 많이 있으니 이쪽으로 몰리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는 동간 간격이 비교적 좁고

또 고층으로 지어짐으로 매미소리가 매아리처럼 울리고

크게 공명되어서 더 시끄럽게 들리는 것 같다

공해에 강한 말매들이 숫적으로 많이 모여서 매끄럽지 않은 소리가

귀에 많이 거슬리는 것 같은데

그것도 일전에 장가계에서 들은 중국 매미에 비하면 약한 편이고

매미들 중에는 참으로 듣기 좋은 소리내는 종류도 꽤 있다.

 

매미들이 해충이라고 평하는 분들이 있지만

매미만큼 순하고 물지않고 쏘지 않고 깨끗한 곤충도 없는 것 같다.

나뭇가지에서 부화되어서 땅에 내려온 후 굼뱅이로 약 5년 정도

땅속에서 사는 동안 채집되 약으로 쓰이는 것도 많이 봤다.

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동안 교포인 중년 여성 승객들이

귀국길에 무거운 굼뱅이 액기스를 휴대하고 탑승하는 것은

그 약효가 급성 간독성에 강한 항산화효과를 이용한

간장질환 치료에,

어혈을 풀어주고 신장기능 보호기능이 높아

급성 심부전증 치료에,

증풍같은 뇌질환이나

협심증같은 심장질환에 효과가 좋기 때문이란다.

약으로 쓰이는 애벌래 기간인 5~7년에 비하면

기껏 보름동안의 성충(매미)의 생은 매우 짧은 기간이다.

 

조선시대의 사극을 볼 때면 정장한 벼슬아치들이 관모의

모습에서 관모 쓴 머리 뒤쪽 밑에 날개처럼 좌우로

삐져나온 것이 날개처럼 붙어있는 것이 선관이다.

선관의 선(蟬)자는 매미선자로 매미의 모습을 굳이 상징물로

해서 우리 선조들이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미는 군자가 갖추어야 할 5덕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매미가 겸비한 이 삶의 오덕( 文, 廉, 儉, 淸, 信德 )을

백성을 다스릴 적에 기억하고 정사를 투명하게 하라고

이도(吏道 )의 상징으로 익선관을 쓰게 한 것이 었다.

이만큼 선조들도 매미를 은연중 좋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매미의 껍질에서 삶의 집착과 번뇌를 보고

현세의 모든 법이 무상임을 깨닭아

그것(미망의 허물)을 벗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라고

“뚜렷이 깨달음 널리 비치니

고요함과 없어짐이 둘이 아니로다

보이는 것이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마다 묘한 이치로다“

라고 오도송을 못한다 해도

눈높이 수간에 붙어있는 벗어버린 텅빈 매미껍질에서

미망에 싸인 자아의 진면목에 대해 생각해 본다.

 

**  2011.10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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