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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나의 이야기

차 한잔의 여유(0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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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표표히 떠나고
길이 끝난 포구에 뱃고동이 운다
날을 세운 파도갈피 눈발이 내리 꽂힌다
먼 하늘에 날개 잃은
새 한 마리 얼어붙어 있다

떨어져 내린 깃털이
희끗희끗 시공(時空)을 가로지르는 속에
수평선 저 너머 어디선가
창백한 그대 피리소리 들리는 듯
내 귀가 저려 온다

포구엔 이제
실어 나를 어떤 화물도 없이
빈 배 한척
어둠 머금은 바람을 실은 채
젖은 몸을 뒤척이고 있을 뿐
바다를 간질이는 웃음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길이 끝난 속에 해는 지고
그대 소식 아득하여
아직은 핏기 가시지 않은
추억의 바다에
덧없는 눈발로 편지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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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구에서 ”/ 시인 김여정(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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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난 포구에 서면 눈앞에
무한한 공간인 자연과 대면하게 된다

길이 끝난 포구/ 먼 하늘 / 새 한 마리
시공 / 수평선 / 피리소리
바람 실은 빈 배 한척/ 덧 없는 눈발

눈발 내리는 어두운 포구에 선 시인은
새 한 마리 배 한척처럼 몹시 외로운 이미지다
시인은 무엇을 갈구하며 포구에 찾아 왔을까

전체와 개체, 자연과 인간
존재와 소멸,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인식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이 결국 삶의 벗어날 수 없는
과정이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치열한
현실인식을 하고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영원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삶의 세계에 드리워진 나 그리고 주관적인 나 ,
현상과 본질의 이원성을 통찰하여 참된 존재의
조건으로 본질적 차원에서 자유의지를 표방하고
자아의 실현은 세속적인 것을 초월하여 자연에
몰입하는 것 , 즉 자연과의 합일하는 데서
참 존재의 가치를 찾고 있다
그런데도 고독한 의미로 전제되는 것은 나만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고통이 수반되고
고독을 동반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라는 것이다

무위진인(無位眞人)이란 말이 있다
진인이라는 개념은 본질적인 자아와 일치한다고 한다
자기신뢰를 통해 신뢰된 자아는 개별적인 자아가
아니라 근본적인 자아로 진인이란 본래 깨달은(覺)
참사람이다
무한히 자기 본위의 자기를 부정하고 그 부정의
바탕 위에서 참된 자기실현을 하고 무한히 자기창조를
하는 근원적. 절대적 주체 “본래면목”가 참 나이며
참 사람이라고 한다
참사람은 본래의 자기 모습이다 따라서 인간은 모두가
참사람이며 절대 평등한 자유인이라고 한다
참사람은 자기 본위의 것이 전혀 없으니
자기가 타인이요 타인이 곧 자기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각자가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존재라고 한다
무위진인의 거울에 나를 비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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