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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나의 이야기

차 한잔의 여유(03-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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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긴 생각에 잠긴 시인의 애인처럼
서울의 나무들은 고요해지고
창을 열면 그늘에 살찐 서울의 여인들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걸린
가슴에
가을이 샌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
그리워서 잠시 머무는 계절

지금 평생 집을 가지지 않은 채 떠나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밤을 새워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길에 여기저기로
구르는 벗이 있습니다

... 계단에 내리면
무수히 흐트러진 사람들의 발자취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뚫린
내 가슴에
먼 시인의 애인처럼 가을이 걸린다

   ** 시인 / 조병화
**
한 곳에 영원이 머물 수 없는 것이 삶의 조건인가
시인은 삶의 유랑감 , 무상감에서 고독의 문제를 제기한다
고독과  죽음의 이미지는 어둠다
고독이 인간조건이란
죽음이 우리가 의식할 수 없는  건너편에 있다면
고독은 의식할 수 있는 이쪽 편에 있기 때문이리라
어두운  저녁 시야는 차 창밖에서 멀지 않다
누군가 간이역에서 내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

가을은 만물이 시드는 계절로  도시의 가을도
가로수의 낙엽이 되어 떨어 진다
가을은 하루 중 초저녁 무렵에 해당된다
노동자가 힘든 하루의 노동의 멍에에서  해방되는
시간이다
임자 없는 거미줄 같은  시인의 뚫린 가슴에
가을이 새고 , 또 가을이 걸린다
시인이 의식하는 고독이란
군중 속의  고독, 사회적 구속을 말함인가
삶이 필연적인 만남과 이별이 장이라면
떠난다는 것은 곧 새롭게 만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남이 없다면  떠남은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워서 잠시 머무는 계절
진정한 인간이란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 나려고
노력하는 존재라고 한다면
지나가버린 과거 시간에 매달리거나 오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 하여  잠 못이루며 현재의 삶을 소멸시키는
집착하는 마음에서 떠나는 고독을 고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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