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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각종 정보

서해상 "신의 방패 " 이지스함 훈령

"가상의 NLL 부근에서 미확인 비행체 3기가 600㎞ 상공에서 마하 0.95로 빠르게 남하중."

서해 상에서 이뤄진 한미 연합훈련 둘째날인 29일 오후 3시. 해상초계기 P-3C의 경보와 동시에 이지스 `세종대왕함` 레이더 감시망에 알 수 없는 비행체가 떴다.

이날 훈련은 `해상자유공방전`. 북한의 기습 도발을 막는 `신의 방패` 이지스 전투 훈련의 일부다. 우리나라 첫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은 전력화한 뒤 미 항모전단과는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을 통해 한미 양국간 전방위적 이지스 방어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군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국내에 새로운 이지스 전투체계 패러다임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날 훈련에서 비행체가 뜨자 전투상황을 통제하는 세종대왕함 함교에서는 500t급 이상의 상선과 민간선박의 정보를 파악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와 레이더로 전투상황을 파악하는 `전투정보다기능콘솔` 등이 반짝거리면서 분주하게 돌아갔다. 함교 한켠에는 남하하는 적군 비행기의 위치와 항속이 빔 프로젝터를 통해 화면에 표시됐다.

세종대왕함의 슈퍼컴퓨터는 이지스 레이더가 파악한 공중상황을 종합해 위협의 우선순위를 선별한다. 360도 전방위를 감시하는 위상배열레이더(SPY-1D)는 함교 외벽 4개 면에 거대한 반도체와 같은 모습으로 설치돼있다. 각각 4500여개씩 소형 레이저 빔을 쏴 최대 1000㎞ 떨어진 비행물체를 포착할 수 있고, 1000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피아식별기가 미확인 비행체를 미그 적군 전투기로 판단하자마자 미 핵추진 항모 조지워싱턴함과 정보상황을 곧바로 교신했다. 교신 담당자는 "적기 침공이 확인됐으니 전투상황임을 알리고 즉시 함재기를 출동시켜 요격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항모 활주로에 대기해 있던 슈퍼호넷(F/A-18E/F) 3기가 10초 가량 제트엔진을 가열하다가 급발진해 비행갑판 위를 200m 정도 달리고 나서 연이어 비상했다. 적기 확인에서 함재기 출격까지는 불과 1분도 채 안 걸렸다. 세종대왕함은 적기 비행체의 활주 예상경로를 파악해 슈퍼호넷과 교신하면서 요격좌표를 알려줬다.

세종대왕함이 탑재한 이지스 전투 시스템은 초음속으로 달리는 적군 전투기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까지 잡아낼 수 있다. 또 각각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와 장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돕고 함장의 명령에 따라 전투를 개시하는 지휘통제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이지스함은 해상과 공중, 수중은 물론 지상전 지원에 이르기까지 복합전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다른 구축함들과 비교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실무장 사격과 폭격까지 동반해 실제 전투상황과 유사한 고강도 수준으로 진행됐다. 적군 전투기를 차단하고, 적기 집결지와 활주로를 실무장 폭격하는 훈련인 ‘항모강급작전’의 경우 우리 공군기와 미 항모 함재기 등이 같이 참가해 전술폭격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불굴의 의지 훈련 때와 달리 가상의 적 집결지를 설정하고 직접 해상에서 실무장 폭격 훈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연합훈련에서는 조지워싱턴함의 각종 함재기가 총출동한 가운데 다양한 고강도 전술훈련이 진행됐다.

전날인 28일 통신망 점검과 연락단 교환을 통해 소통채널을 열어놓은 양국 군은 항모강습작전과 해상자유공방전을 비롯해 연합대공방어훈련 등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돌입했다. 연합대공방어훈련에서는 주력함에 공격을 가하는 가상 적기에 대응해 함재기가 긴급 출격해 요격에 나섰고,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은 대공유도탄을 이용해 가상 적기를 격추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연합전력들은 항공모함 함재기의 요격 통제훈련과 함께 연합 대공방어와 수상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고난도의 전술훈련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훈련에는 전폭기인 슈퍼호넷(F/A-18E/F)과 호넷(F/A-18A/C)과 조기경보기인 E-2C(호크아이 2000), 전자전투기(EA-6B), 대잠수함 초계헬기 시호크(SH-60F) 등 조지워싱턴호의 80여대에 달하는 함재기가 총출동했다. 이밖에 미군은 고성능 지상감시 정찰기인 ‘조인트스타즈(J-STARS:E-8C)’를 투입해 북한의 해안포와 지상포 기지 움직임 등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시하도록 했다.

미국의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함(CG62·9600t급)과 9750t급 이지스 구축함인 샤일로함, 스테담호(DDG63), 피체랄드함(DDG62) 등도 참가했다. 주일미군에 배치된 최첨단 F-22 전투기(랩터)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국군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군에선 세종대왕함과 4500t급 한국형 구축함(KDX-Ⅱ) 문무대왕함, 충무공이순신함 등 2척과 초계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해상초계기(P-3C), 대잠헬기(링스), F-15K와 KF-16 전투기 각각 4대 등을 투입했다.

◇신의방패 이지스란

이지스(Aegis)함에 `제우스 신의 방패`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은 함선의 시스템이 공중·해상·수중의 모든 센서와 무기체계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전투를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 전투체계는 크게 센서체계, 지휘통제체계, 무기체계 3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센서체계가 적의 움직임을 포착하면 지휘통제체계는 가장 적절한 대응수단을 선정하며, 관련 정보들을 아군에 신속히 전파한다. 그리고 배에 탑제된 대함·대잠·미사일요격 등 다양한 무기체계는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실현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이번 작전에는 한국군 1호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만6000톤급, 길이 166m, 폭 21m, 높이 49.6m)이 참여한다. 세종대왕함에 설치된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SPY-1D)는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으며, 그 중 20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이지스함의 자랑은 128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장착할 수 있는 수직미사일발사대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지스함으로 알려진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 플라이트ⅡA의 경우 98셀의 수직미사일발사대를 갖고 있다.

세종대왕함은 전자전 장비, 함대공·대유도탄방어·함대함 유도탄 등 120여기의 미사일, 장거리 대잠어뢰, 경어뢰, 골키퍼(Goal Keeper·근접방어무기체계인), 127㎜ 함포, 대잠 및 구조용헬기 2대를 탑재하고 있다. 세종대왕함은 지난 7월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실시된 해상화력지원 훈련에서 7개국 해군 함정 19척 가운데 유일하게 오차합계가 100m 이내인 75m를 기록, 가장 우수한 함정으로 꼽히기도 했다.

미국측에서는 라센함, 스테담함, 피체랄드함이 이번 훈련에 첨여한다. 이들은 미 해군의 대표적인 함대공 미사일인 스탠더드 미사일,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아스록 대잠로켓, 대잠어뢰, 대잠헬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군 8전대에 ‘준전시상태’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황해도 옹진군 사곶에 위치한 해군 8전대는 연평도와는 32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근거리다.

이날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3일 연평도 도발 이후 즉각 서해함대사령부 해군 8전대에 준전시상태를 명하고 비상출동 대기태세를 유지하는 등 전투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 현재 황해북도 황주 비행장에는 미그23기 5대가 전진 배치 돼 있으며, 황해남도 과일 비행장과 평안남도 온천 비행장에 미그 19기와 미그 23기가 각각 추가 배치됐다.

뿐만 아니라 사곶 및 옹진반도 일대 10여 곳 해안포 기지에서는 발사태세가 갖춰지는 등 북한의 추가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리 군 당국도 사곶과 옹진반도 일대 10여 곳의 해안포기지에서 발사 준비를 하는 등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 한미 연합훈련으로 인해 미군까지 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쉽사리 추가 도발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앞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강력한 반대 및 대응 의사를 내비친 만큼 훈련이 끝나는 내달 1일까지는 한반도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임태우 기자 / 장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