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신풍속도 산중 불륜(山中不倫)
대기업 간부 부인인 임모(55세)씨는 주말이면 동네 친구와 함께 가까운 산에 오른다. 남편과 함께 다닐까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친구가 편하다. 남편과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중년 부부가 그렇듯 취미가 서로 다르다. 남편은 주말마다 골프를 즐기는 '골프 마니아'인데 그녀는 골프에 관심이 없다.
어느 날, 같이 산에 다니는 친구가 자신의 지인과 함께 등산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아이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등을 하며 즐겁게 산행을 해왔지만 슬슬 둘만 다니기에 지루하던 터라 가볍게 승낙했다. 친구 지인인 남자가 동참하면서 산행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예전에는 산에서 내려온 후에 곧바로 집으로 갔지만 남자가 함께한 후에는 산 밑에 있는 주점에 들어가서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다.
점점 친해지기 시작하자 산행도 더 편해졌다. 가끔씩 개울에 물이 불어나서 큰 돌들이 잠길 때가 있다. 이전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찾아봤지만 남자가 동행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돌다리를 만들어주거나, 먼저 건너가서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임씨는 그와 한 번 두 번 스킨십을 하게 되자 마음이 달뜨기 시작했다. 임씨는 호감을 느꼈지만 그의 속내를 읽기가 쉽지 않았다. 큰 바위가 많은 어려운 코스를 갈 때는 손을 잡아줘서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나 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말없이 산을 올라갈 때는 나 혼자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평소에는 그런 마음을 숨기고 있다가 어느 날 사고를 쳤지, 뭐."
그날은 산행을 일찍 마치고 이른 시간부터 술을 마셨다. 얼큰하게 취하고 나니 점점 속에 있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술김이어서 그랬는지 그도 임씨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기도 하고, 친구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임씨의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결국 두 사람은 모텔로 향했다. 임씨는30년 결혼생활 중 처음 외도를 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회도 많이 했다. 집에 들어와 있는 남편을 마주 보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산행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그날의 기억이 잊히지 않았다. 결국 일요일마다 산행을 계속했다. 그날 이후로 그가 더 친밀하게 다가와서 임씨는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족 이야기부터 친구 이야기까지 하며 매주 그와 술자리를 가졌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모텔로 향했다.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이 눈치를 챘다. 임씨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발뺌을 했다. 겉으로는 그런 일은 없다며 오해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당황스러웠고 남편에게 많이 미안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죄책감은 줄어들었다. 평일에는 회사일로 바쁘고, 주말에는 골프를 치느라 가정을 돌보지 않고 자신을 외롭게 놔둔 것은 남편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라고, 돈만 벌어다 줬지 나한테 해준 게 뭔지 모르겠어."
case 2 사교성 좋아 대시, 만나보니 양다리
서울에서 모텔과 떡집을 운영하는 최모(53세)씨는 언젠가부터 무료하게 살아왔다. 젊을 때는 사업에 성공하겠다고 아내와 함께 죽을 만큼 열심히 뛰었다. 그 덕에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모텔과 떡집은 각각 매니저가 있어서 최씨가 매일 나가지 않더라도 운영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자 인생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부분의 50대 부부가 그렇듯 부부 사이는 소원했고, 특별한 일 없이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 있는 자신을 볼 때면 처량하기도 했다.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집 근처 산에 올라간 날, 우연히 한 무리의 산악인들과 마주쳤다.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잘 웃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최씨는 얼굴도 성격도 좋아 보이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용기를 내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날씨 이야기로 첫마디를 던졌다. 산에 오르면서 다들 긴장이 풀린 상태여서인지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원래 단체 활동을 싫어하는 그였지만 그녀와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결국 최씨는 그녀가 활동하는 산악회에 가입했고, 그녀와 더욱더 가까워졌다. 전화번호도 교환했다. 그녀는 혹시 부인이 눈치 챌 수도 있으니 자기 이름으로 저장하지 말고 산악회 회장으로 저장해놓으라는 조언도 했다. 최씨는 그녀의 조언에 따라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해놓았고, 그녀와 밀회를 즐겼다. 사이가 점점 깊어지자 두 사람은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 만나기도 했다. 연락을 자주 하다가 부인에게 걸릴 뻔한 적도 있다.
"저녁을 먹고 마누라랑 같이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전화를 한 거야. 휴대폰 화면에 산악회 회장이라고 떠서 마음이 놓였지만 속은 타들어가는 줄 알았지. 벨이 울리는 그 짧은 시간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 베란다에 가서 전화를 받으면 아내가 의심하겠지? 여기서 받다가 여자 목소리가 새어나오면 어떡하지? 온갖 생각이 들더라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최씨는 그녀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먼저 연락을 했는데, 언제부턴가 평일에 전화를 하면 잘 받지 않았다. 주말에 만나도 시큰둥하게 인사만 건네는 날이 잦아졌다. 답답해하는 최씨를 보다 못한 주변 사람이 그녀가 산악회에 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다고 귀띔해줬다. 최씨는 그때부터 배신감과 질투심에 불타기 시작했다. 그녀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을까 싶었다. 마치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처럼 속이 타들어가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술을 잔뜩 먹은 최씨는 산악회 뒤풀이 장소에 찾아갔다.
그는 술김에 그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다. 그녀를 끌어내려다가 옆에 있는 회원들과 몸싸움도 벌어졌다. 부끄러워서 다시는 고개를 들고 산악회를 찾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 그는 산악회에 나가지 않는다.
유부남 최모(40세)씨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와 데이트를 하려면 항상 교외로 나가야 했다. 한 번씩 교외로 나갔다 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적잖이 들었다. 어느 날, 최씨는 괜찮은 데이트 방법이 없나 고민을 했고, 순간 등산이 떠올랐다. 등산은 아내에게 의심도 받지 않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1석2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등산은 익명성이 거의 완벽하게 보장되고, 등산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비슷비슷해 보여 웬만큼 친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아보기 힘들다는 장점도 있었다.
최씨는 커플 등산복을 구입해 그녀에게도 주었다. 그 이후부터 그녀를 만날 때면 단둘이 산에 오른다. 두 사람은 산에 오를 때면 서로를 "여보" "남편"이라고 부르며 부부인 척한다. 어차피 처음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두 사람을 불륜으로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교외로 나가 데이트를 할 때는 불륜 커플이 하도 많아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않을까 항상 기분이 개운하지 못했는데 산에서는 '여보'라고 불러도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어 자유롭다.
요즘 최씨는 애인이 있는 친구나 회사 동료들이 데이트 코스를 물어보면 은근슬쩍 등산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case 4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등산이 일탈로
전직 교사인 김모(50세)씨는 1년 전 인터넷 산악회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시간이나 때우려는 생각이었지만 자신과 나이대가 비슷한 남녀가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호감을 느꼈다. 그녀는 당시, 3년째 중풍을 앓고 있는 남편을 간호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다. 한 달 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산악회의 산행에 함께했다. 오래간만에 산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았지만 지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찾았다는 점이 더 좋았다.
전직 교사인 김모(50세)씨는 1년 전 인터넷 산악회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시간이나 때우려는 생각이었지만 자신과 나이대가 비슷한 남녀가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호감을 느꼈다. 그녀는 당시, 3년째 중풍을 앓고 있는 남편을 간호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다. 한 달 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산악회의 산행에 함께했다. 오래간만에 산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았지만 지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찾았다는 점이 더 좋았다.
마음이 통하면 몸도 통한다고 했는가. 어느 날부터 먼저 올라가 손을 잡아주는 그의 손길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긴장하고, 그가 은근슬쩍 손을 겹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설레는 자신을 보면서 김씨는 '나도 아직 여자구나' 하고 느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녀는 아줌마가 아닌 섹시한 여자가 되어 남자를 유혹하고 싶어졌다.
괜히 속옷 가게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기도 하고, 손을 잡을 때를 대비해 매니큐어를 바르기도 했다. 남편에게는 미안했지만 아직은 남자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김씨는 아직도 그를 만난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이 되면 다음날 입을 속옷을 생각한다.
case 5 산에서 만난 애인 통해 외로움 극복
기러기 아빠인 김모(35세)씨는 몇 년 전부터 주말이면 산에 오른다. 처음에는 무료한 주말에 운동도 하고 건강도 지키기 위해 산에 올랐다.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외국으로 간 후부터는 아침밥과 저녁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다. 이전과 달리 회식을 한 다음날에는 오전 시간 내내 골골거리는 자신을 보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산에서 애인을 사귀기 위해서다. 아내와는 자주 전화를 주고받지만 짧은 통화로는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떨어져 지낸 지 1년이 넘다 보니 전화를 해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습관적으로 아이들의 안부를 묻고, 밥 잘 먹으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잠깐이라도 외로움을 풀고 싶어서인지 산에 가면 무의식적으로 여자를 쳐다보게 된다. 그의 작업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2~3명이 함께 온 여자들에게 집중한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여자들도 끼리끼리 모여서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대충 비슷한 코스로 따라가다가 점심때가 되면 점찍어둔 여자들에게 다가간다.
일부러 메고 간 빈 가방을 가리키며 깜박하고 도시락을 놓고 왔다고 능청맞게 말을 붙인다. 여자들끼리 오면 보통 점심을 넉넉하게 준비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인심 좋게 받아준다. 김씨는 점심을 얻어먹으면 그 핑계로 저녁 술자리를 마련한다. 여자 쪽과 마음이 맞는다면 이후에 한두 번 더 만나서 함께 산행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더 이상 깊은 관계로는 발전하지 않는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여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등산을 내세워 배우자 몰래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건강한 산악인들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난해, 한 40대 남성이 산에서 만난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다가 부인에게 이혼을 당했다. 증거 자료로는 등산하면서 같이 찍어 휴대폰에 저장해놓은 사진이 채택됐다. 등산복과 선글라스가 모든 것을 감춰주지는 않는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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