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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나의 이야기

조금은 느스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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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욕망의 시대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도, 세상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모두 욕망이라는 괴물이다.
더 날씬해지고 싶고, 더 돈이 많아지고 싶고,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이런 욕망때문에 인간은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
욕망을 얼마나 실현하면서 사느냐에 따라 거지와 부자가 나뉘어진다.

최근 자신의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아졌다.
저마다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다. 목숨을 끊어야 할 만큼 큰 외로움이 있었을 것이고,
목숨을 버리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그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에게 목숨보다 소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실패한 인생에 대한 자괴감, 세상과 동떨어져 버린 이방인으로써의 외로움 같은 것이었을까?
이 모든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금의 삶이 자신이 꿈꿔온 삶이 아니라는 것일게다.
자신이 원해왔던 삶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지금의 내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너무나 쉽게 목숨을 버리는 세상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너무나 완벽한 삶을 꿈꾸기에 자신의 현재 모습을 쉽게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인생에 얼룩진 실수와 오점, 모난 구석이 자신을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 부족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은
힘차고 자신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것만을 꿈꾸는 사람은 언젠가는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다.

조금만 느슨하게 인생을 살아보면 좋겠다.
자신의 오점을 사랑하고, 자신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인생은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 비록 내가 가진 것이 없지만,
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찾고 만족하며 지낸다면 더 많이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며 좌절감을 맛보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인간이란 존재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고통일 수 밖에 없다.
부처님께서 인간의 삶은 고통이라고 하신 큰 뜻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병을 알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병을 더 빨리 치유할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이 고통이라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면 고통에 익숙해지고,
그 고통을 뛰어넘을 방법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고통 자체를 부정하고,
절대로 고통받지 않겠다고 몸부림 치면 세상은 암흑같은 어둠속에 갇히고 만다.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욕망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물욕, 명예욕, 성욕, 식욕 등 갖가지 욕망은 물거품처럼 허망한 것일 뿐이다.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커지는 비누거품처럼, 결코 채울 수 없는 헛깨비일 뿐이다.

지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의 바램이지만 내일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욕망에 매달려 자신을 숨막히게 하지 말자.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 한 줌만 불어도 고맙지 않은가.
비록 내 삶이 부족하고 완전하지 않아도 내 머리위에는 따뜻한 햇살이 비춰지고 있지 않은가.
병들어 가는 세상속에서도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조금만 걸음을 천천히 하고, 세상을 느껴보자. 조금만 더 느슨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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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산스님의 수필 " 조금은 느스근하게" 릏 옮겨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