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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나의 이야기

상선약수上善若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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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 가도록 그는 어딘 가에서 떨어져 나온

나사못을 주워 모았다

소속에서 이탈한 버려진 것의 독백을 독백하며

빙빙 비틀린 고랑의 녹을 닦고 또 닦는다.

천천히 시들어가는 희망의 녹을 털어 내듯,

타고난 배역에만 충실했던 나사못과 그는,

갇힌 나무상자 안에서 같은 대본을 힐끗거리며

한통속이 되어갔다.

 

새 촉을 밀어내고 있는 춘란을 하루 종일 바라보다

역시 같은 대본을 들고 상자 속에서 나온다

나사못 하나쯤 빠져나가도 열리는 장롱과

나사못 한두 개쯤 빠져나가도 말할 수 있는 라디오가

의식의 뿌리부터 썩어가는 그루터기 같은 자신을

찍어 누르고 있다

반짝 한 방울의 눈물을 떨군다

그는 춘란의 새 촉이 보이지 않게 자라고 있는

줄을 모른다

 

겨울이 다 가도록 그는 소라껍질 같은 자신 속에서

나사를 조이고 또 조인다

그것이 바깥세상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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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題: 나사못 / 詩人: 권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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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관계의 연속이라면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는 온전한 삶의 유지가 어렵다

그는 나사못일 수도 있고 나사못은 그를 세상과 관계를

맺어주는 유일한 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버려진 것들의 독백을 독백하며

떨어져 나온 나사못에 묻은 희망의 녹을 닦아내며

나사못 한두 개쯤 없어도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는

주변을 생각하며 눈물방울을 보이지만

나사못을 닦고 조이는 과정이

춘란이 새 촉을 소리 없이 보임 없이 속에서 키워내

추위를 이겨낸 춘란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방향,

향기로운 향기를 얻는 과정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삶의 현장에서 우리들은 한낮 의미 없는 부속품의 

일부로 보여지고 취급되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나는 정당하고 똑똑하고 능력이 많아서 내가 없이는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데도 환경의 오류로

개혁할 수 없음을 나는 납득할 수 없다고 자처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며 생계유지를 위해 반강제적인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그 노동과정에서 소외된다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일과 노동방식에서 정신적 에너지를

발달시키는 창의적 활동과 자아실현을 할 기회는 흔치않다.

 

내 노동능력이 상품화되고 나의 뛰어난 재능의 잠재력이 

조직안에서만 발현하게 제한됨으로 바쁜 나날의 공허함은

나 자신이 자연적인 인간성으로부터의 소외되어 간다.

 

이윤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하다 보면 

결국 서로를 인간이 아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경쟁자,

조건적 협동대상으로 취급하게 되는  노동자 간 소외는

개인이 사회로부터 느끼는 소외로 번진다. 

 

우리는 항시 인연이 잠시 함께하는 삶을 위한다고

뜨거운 인연으로 만났다가 악연을 만들어 가지고

돌아가는 어리석은 삶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악업을 짓고 있는지 ,

그 바람 같은 것을 붙들고 집착하고 있느지

생각하기를 주저한다.

삶의 會者定離회자정리

인연이 다하면 풀어져 흩어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上善若水상선약수라는 말이 있다

삶은 물처럼 살아가는 삶이 최선이라는 말이다

물은 넓은 곳에서는 넓게 깊은 곳에서는 깊게 흐를 줄

알면서도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간다

자기를 낮추고 낮은 곳을 택하여 흐르지만

목마름을 채워주고 자양분을 공급하여

대지를 윤택하게 하며 생명을 잉태하게 한다

여러 가지 환경 속에서 그 환경에 맞는 모습으로

되어주지만 그 틀에서 나오면

늘 본래의 재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

 

물은 낮은 곳으로 임한다 (겸손)       居善地

물은 연못처럼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지혜)      心善淵

물은 아낌없이 누구에게나 은혜를 베푼다(포용력) 與善仁

물은 신뢰를 잃지 않는다      (융통성)       言善信

물은 세상을 깨끗하게 해준다( 인내)  正善治

물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용기)   事善能

물은 얼 때와 녹을 때를 안다 ( 대의)  動善時

                                                            < 노자 도덕경 8장 >

因緣 인연이 ,  關係 관계가

목마름으로 , 희생으로 , 고난으로

증오로 , 사랑으로 다가옵니다

곤란함과 어려움과 시련과 상처가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그러한 고난을 딛고 다시 고요한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만나는 숱한 어려움을 물처럼 품어 안고 소리없이

삶의 한가운데로 흐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시련과 고통으로 흔들리다가도 떨어져 내버려지지 말고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 오자는 것이다.

 

 

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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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6.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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