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표현기법 용어
(1) 필묵법(筆墨法) 한국화의 경우 붓과 먹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대상의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으며, 붓에 묻힌 물기의 많고 적음에 따라 화면을 까실까실 하게도 하고 습윤하게도 한다. 마찬가지로 먹의 색깔도 검은색만으로 한정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렇게 붓과 먹의 운용법은 다양하며 서로 어우러져서 사용된다.
1) 선염(渲染) 묵법과 담채법(淡彩法)의 한 종류로 ‘바림’이라고도 한다. 화면에 먼저 물을 칠하고 마르기 전에 먹이나 채색을 입혀 붓자국이 보이지 않게 한다. 축축히 번지는 효과를 이용하여 구름이나 안개 낀 흐릿한 정경을 비롯하여 으스름한 달밤의 분위기를 나타낼 때 많이 쓰인다.
2) 건필(乾筆) 붓에 물기를 빼고 소량의 먹으로 그리는 필법. ‘갈필(渴筆)’이라고도 한다. 바탕면에 붓질을 중첩되게 사용하여 까실까실한 느낌이며, 황량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내기 때문에 기교보다 문인들의 정신(文氣)을 표출할 때 많이 사용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가 대표적인 예이다.
3) 윤필(潤筆) 붓에 진한 먹을 풍부하게 묻혀 그리는 필법. 우거진 나뭇잎의 표현등 대담한 터치를 필요로 할 때 주로 활용한다. 4) 선담(渲淡) 물기가 적은 붓과 묽은 담묵으로 산의 큰 흐름을 나타내며 짙은 묵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5) 육채(六彩, 六墨) 먹의 색깔에는 검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섯 가지 색채가 있는데 즉 건조한 먹, 습윤한 먹, 검은색이 먹, 엷은색의 먹, 흰색의 먹, 진한 먹이 그것이다. 산을 표현하는 데는 이 여섯 가지 먹색이 구비되어야 그 기운이 표현된다. 만일 검은 먹과 흰먹이 분명하지 못하면 음양의 밝은 운(韻)이 없어지고, 진한 먹과 엷은 먹의 구별이 희미해지면 원근감이 없다.
6) 발묵(潑墨) 필법이나 준법을 사용하지 않고 먹을 쏟거나 뿌리고 떨어뜨리면서 먹의 농담과 수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번지는 자유분방한 효과. 북송대의 미불과 미우인이 비온 뒤의 습기찬 자연풍경과 안개 낀 자연의 독특한 분위기를 묘사하려고 구사하기 시작하여, 이후 많은 문인들이 애용하였다.
7) 석묵(惜墨) 먹을 금처럼 아껴서 사용하라는 의미의 준말(惜墨如金). 보통 수묵화를 그릴 때 먼저 엷은 먹으로 희미하게 그리다가 점점 먹을 더하여, 마무리 하게 될 때가 되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진한 먹을 사용하여 때때로 먹을 남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석묵여금’이라는 말은 먹을 남용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가 있으며, 북송대의 이성의 산수를 석묵산수라고 한다.
8) 파묵(破墨) 수묵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농담의 운용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구사되었다. 농묵(濃墨)의 사용이 많은 경우 담묵(淡墨)을 사용하여 농묵을 깨뜨리고, 담묵은 다시 농묵으로 깨뜨려가는 것을 가리킨다. 장언원(張彦遠)이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에서 왕유(王維)의 산수를 파묵산수라고 했던 데에서 유래하였다.
9) 초묵(蕉墨) 농묵과 마찬가지로 진한 먹을 가리킨다.
10) 적묵(積墨) 먹을 쌓아서 중첩시키는 일을 말한다. 처음부터 진한 먹을 중첨시킴으로써 표면 색감에서 무게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2) 시점(視點)과 구도법(構圖法)
흔히 한국화에 그려진 건물이나 가구들은 앞쪽보다 뒤쪽이 더 크거나 뒤에 있어서 실제로는 보이지 않을 부분들까지도 보이도록 그려져 있다. 하나의 소실점에 시각을 집중시켜 그 길이나 깊이의 변화를 일정하게 함으로써 평면을 입체적인 공간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서양적 원근법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은 이러한 한국화의 역원근법(逆遠近法)을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과학적인 원근법은 정해진 한 점의 위치에서만 보이도록 시야을 제한하기 때문에 앞쪽에서는 뒤쪽의 모습을 볼 수 없고, 실제의 산을 그리면 하나의 산만을 보게 된다. 반면 한국화에서는 전체를 잘 볼 수 있도록 시점(視點)을 이동하기 때문에 앞쪽의 산뿐만 아니라 첩첩이 쌓인 산과 계곡, 그 사이의 바위까지도 묘사가 가능하다. 화면을 액자라는 형식으로 한정하는 서양화와 달리 한국화의 경우 이러한 이동시점을 채택하기 때문에 두루마리를 펼치면 한 화면 속에 산넘고 다리를 건너 강을 바라보는 등 여러 자연의 모습이 끊임없이 전개된다. 더욱이 그림 속의 자연은 실제를 표현하기보다는 화가가 경험한 내용을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 속으로 상상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따라서 화가가 묘사하려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색하고 거닐면서 정신적인 위안을 받도록 그리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결국 전통시대에는 공간적인 요소에 시간적인 요소가 결합된 4차원적인 종합을 이루려는 인식에 의하여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그리거나 한 화면에 시점을 일치하지 않는 장면까지도 그리게 되었는데 이러한 인식상의 차이를 비과학적이라고 보는 것은 한국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견이라 하겠다.
1) 삼원법(三遠法) 중국 북송 때의 대표적인 화가인 곽희(郭熙)는 <임천고치(林泉高致)>에서 구도 포착의 변화를 제시 하였다. 곧 산수화를 구성하는 고원(高遠), 심원(深遠), 평원(平遠)의 삼원이 그것이다. 고원(高遠)은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를 올려다보는 시점으로 산의 높이를 강조할 때 사용한다. 심원(深遠)은 앞쪽의 산봉우리에서 뒤에 있는 산들을 들여다 보는 시점으로 산의 깊이나 중첩되는 모습을 강조할 때 사용된다. 평원(平遠)은 산위에 올라 멀리 있는 산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평면적으로 넓게 전개된 모습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 이러한 삼원법가 색칠기법[설채법(設彩法)]을 결합하여 고원인 경우에는 청명한 느낌이 나게 하고, 평원은 밝고 어두운 것이 고루 갖추어 지도록 하였다. 일반적으로 산수화에 삼원법은 각각 나위어 사용되기 보다는 한 화면에 병존하여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2) 조감도법(鳥瞰圖法) 새가 공중에 떠서 지상을 비스듬히 내려다본 시각을 기준으로해서 경관을 표현하는 원근법의 하나, 삼원법과 조금 다르며, 지도 만들 때 사용되는 측면투시법(側面透視法)의 중간적인 성격을 띤 부감법[(俯瞰法):높은곳에서 낮은 곳을 내려다 보고 그리는 방법]과도 다르다. 3) 일각구도(一角構圖, 邊角構圖) 산수화 구도법의 하나로 그림에 배치된 경물(景物)들이 화면의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 자연의 광대한 경관을 전부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 한 부분을 근경에 부각시켜 화면의 한쪽 구석에 배치하고 원경은 안개 속에 잠긴 듯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동양의 산수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다. 장연을 요점적으로 간결하게 묘사할 때나 여백에 의한 넓은 공간의 암시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나타낼 때 주로 활용한다. 중국에서는 남송 원체화가들이 즐겨 사용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기에 유행하였다.
(3) 화육법(畵六法) 남제(南齊)시대에 활약한 사혁이 <고화품록(古畵品錄)>에서 화가의 서열을 정하는데 기준이 된 것이다.
1) 기운생동(氣韻生動) 작품 전체에 깃들어 있는 정신적인 혼을 가리킨다. 사혁은 화육법 중 기운생동을 제일 먼저 설정하여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그에게 있어서 훌륭한 작품은 기술적인 것보다 우선해서 작가의 정신적 감정, 공간적 감각, 운율적 감정, 생명력, 생동적 감응력 등이 표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 골법용필(骨法用筆) 골법용필에 관해서는 ‘골법’이란 말의 모호함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이것이 사물의 형상을 그려내는 붓의 사용에 관한 것임은 분명하다. 운필이 부당하면 그림의 기력이 무력해져 그리려는 정신적 요소를 잃게 되므로 붓의 사용이 합당해야 표현이 잘 되고 정신적 소재도 건전해 진다.
3) 응물상형(應物象形) 기술적인 측면에 관한 것으로서 물체의 형상을 그려내는 사실적인 묘사를 말한다. 사실이란 윤곽이 정확하고 정신이 일치하는 것으로 반드시 사물에 응해서 그려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4) 수류부채(隨類賦彩) 각각의 사물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색채를 표현하는 것. 다시말해서 사물이 갖는 고유색을 찾아 적절하게 칠해야 하며 묵에 저해가 되지 않게 색을 찾아 입혀야 한다.
5) 경영위치(經營位置) 화면의 배치와 전체적인 구도, 화면속에 각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배열하고 원근의 차이를 분명히 하며, 빽빽한 곳과 성근 곳을 적절히 배합하여 전체적으로 통일시켜야 한다.
6) 전이모사(傳移模寫)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얼마만큼 잘 옮겨 그렸는가를 평가하는 말로 임모 또는 이화라고도 한다. 앞서 회화를 제작하는 태도에서 설명했듯이 옛그림의 원본(原本)을 놓고 베끼는 단계를 거쳐 창조의 단계로까지 나뉘며 작가가 어느 단계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그 예술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4) 준법(皴法) 산수화를 그릴 때 산과 돌의 생김새, 수목, 바위, 언덕등을 특징있게 표현하는 화법이다. 준법은 산과 돌의 입체감과 양감, 표면의 질감, 그리고 음영을 표현하는데 사용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30여가지에 이르며 이 중에는 하나의 준법을 두 세 개의 이름으로 혼동하여 부르기도 한다.
1) 피마준(披痲皴) 산수화에서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약간 구불구불한 선을 길게 긋는 준법.위아래로 또는 좌우로 일정한 리듬과 굵기의 긴 선을 마치 삼베실을 풀어놓듯이 그으며, 주로 흙이 많은 토산을 묘사할 때 쓰인다. 남종산수화가들이 주로 사용 하였으며, 이 준법을 기본으로 하여 해삭준(解索皴), 우모준(牛毛皴), 절대준(折帶皴)으로 발전했다.
2) 미점준(米點皴) 큰 점들을 횡으로 찍는 준법. 짙은 안개로 꽉 찬 대기, 부드러운 곡선으로 형성된 흙산, 그리고 표면에 멀리 보이는 나무의 모습을 주로 점으로 나타낸다. 중국 북송대의 문인화가인 미불과 미우인 부자에 위해 창안된 미법(米法)산수화의 대표적인 표현방법이고, 명말 청초의 남종화의 한 양식으로 여겨진다.
3) 부벽준(斧劈皴) 산과 바위의 굳세고 뻣뻣한 모습을 표현하는데 사용하며, 도끼로 찍어서 갈라터진 것처럼 그리는 준법. 산수화에서 남성적이고 힘찬 아름다움을 나타내주고 중국의 북송 말기부터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의 이인문(李寅文)이 잘 구사하였다.
4) 운두준(雲頭皴) 높은 산을 표현할 때 흔히 쓰는 준법으로 둥근 구름이 무리져 산봉우리를 이루는 것이다. 북송(北宋) 초기에 곽희가 창시하였고, 북방산수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5) 하엽준(荷葉皴) 연잎의 줄기가 퍼져내린 것처럼 긴 선으로 산과 돌의 모습을 그리는 준법. 긴 선으로 긋기 때문에 피마준 등과 같은 계통이라 할 수 있으며 중국 명대(明代)에 매우 유행하였다.
6) 해조묘(蟹爪描) 나뭇가지를 게 발톱처럼 날카롭게 묘사하는 기법. 잎이 떨어져 앙상하게 헐벗은 추운 겨울의 나뭇가지나 죽은 나뭇가지를 그릴 때 주로 사용한다.
7) 수직준(垂直皴) 수평선과 대개 직각으로 만나는 선을 써서 물체의 명암, 입체감, 윤곽 또는 재료의 질감을 표현하는 준법. 조선 후기에 정선(鄭敾)이 여러 가지 금강산을 그릴 때 날카로운 첨필(尖筆)로써 많이 사용한 한국적인 준법으로, 그 후 김홍도(金弘道) 등에 의해 전수되었다.
8) 단선점준(短線點皴) 2, 3mm정도의 짧은 선이나 점의 형태로 산, 언덕, 바위 등의 질감을 표현하는 준법. 가늘고 뾰족한 붓끝을 화면에 살짝 대어 약간 끌거나 터치를 가하듯 하여 집합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5세기 후반부터 발생되어 16세기 전반기에 유행하였던 한국적 준법으로 안견(安堅)의 것이라 전해지는 작품에서 특징적으로 보인다.
(5) 묘법(描法) 인물화(人物畵)에서 주로 사용되는 선묘 중에서는 윤곽선을 표현하는 구륵법과 몰골법 및 백묘법이 있으며, 인물의 입체감을 두드러지게 할 때 사용되는 요철법(凹凸法)도 있다. 인물화에서 가장 특징적인 묘법은 옷주름이며, 주름을 표현하는 묘법에는 철선묘, 절로묘, 감필묘등 18가지가 있다.
1) 구륵법(絇勒法) 인물(人物)이나 화조(花鳥)를 그릴 때 많이 이용하며, 먼저 형태의 윤곽을 먹선으로 그린 다음 그 안을 채색으로 메꾸는 기법. 구륵전채법, 구륵선염법이라고도 한다.
2) 몰골법(沒骨法) 윤곽선을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고 직접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그리는 화법, 본래 서역의 화승들이 불화(佛畵)를 그릴 때 화면 전체를 색채로 표현하는 데에서 전래되어 이후 중국에서 화조화나 인물화를 표현하는 데 많이 사용하였다.
3) 백묘법(白描法) 대상의 형태를 윤곽선만으로 표현하는 기법. 백묘의 중요한 요건은 표현하고자 하는 인물의 외형, 정신, 빛, 색상, 질감 등이 고도로 간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한 두 번 긋는 선으로 대상 인물의 성격과 인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4) 요철법(凹凸法) 먹이나 채색을 써서 명암의 단계를 번지듯 점진적으로 나타내어 그림 속의 형태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것. 지중해유역에서 유래되어 북인도와 중앙아시아 등을 거쳐 극동으로 전래되었다. 중국의 육조시대 장승요(張僧繇)에 의해 전통이 확립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요철법의 초기 단계를 볼 수 있다.
5) 철선묘(鐵線描) 필세의 굵고 가는 변화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두께로 선을 긋는 기법, 철사처럼 예리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주어 불화를 비롯한 고대 인물화의 옷주름 표현에 주로 쓰였으며 초상화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6) 절로묘(折瀘描) 뾰족한 붓과 큰 붓을 사용하고 가늘고 긴 선묘로서 옷주름을 표현하는데 쓰이며, 마치 갈대를 꺽는 듯한 느낌으로 그려진다는 데서 유래된 묘법이다.
7) 감필묘(減筆描) 지극히 절제되고 운필이 감소된 묘필로서 인격과 인품을 고루 갖춘 작가들이 애용했다.
http://blog.daum.net/doyota91/1834102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