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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또 다른 삶

충대 제갈랼의 동남풍 비결은 이것

 
장동순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사진=지영철 기자 ycji07@hanmail.net>
내년 날씨 동양학으로 예측하는 공학자

2012년 올해 태풍은 유난히 강풍이 문제였다. 간판이 날아가고 나무가 뽑히는 초속 50m의 강풍이 불었다. 1년 전에 이를 예측한 학자가 있다. 장동순(60)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다.

그는 해마다 다음해 기상 상황을 예측한 ‘기상달력’을 만든다. 장 교수는 작년에 만든 2012년 기상달력에서 “강한 바람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었고 그 예측은 들어맞았다.

그는 동양학으로 날씨를 예측한다. 미래의 날씨까지 알 수 있다. 그는 10년 뒤 50년 뒤 100년 뒤 날씨도 예측할 수 있다. 적중률은 80~90%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날씨를 예측하는 것일까? 그 ‘비법’을 밝힌 책을 최근 펴냈다. 『동서기상학』이다. 이 책을 들고 충남대 장 교수의 사무실을 찾았다.

매년 만드는 기상달력 적중률 80~90%

-그 정도의 예측력이면 교수님 ‘기상달력’을 찾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없다. 홍보도 안 됐지만 홍보가 된다고 해도 찾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날씨 마케팅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달력 같은데 왜?
“사람들이 믿어야 말이지.”

그의 날씨 예측 실력이 소문나면서 언론 인터뷰도 꽤 했지만 ‘어쩌다 맞추는 거겠지!’ 하는 사람이 많다. 기자도 그런 의심을 갖고 날씨를 예측하는 원리부터 물었다.

-책을 보면 ‘오운육기(五運六氣)’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오운육기가 무엇인가?
“서양에서는 4개의 계절로만 나누지만 동양에서는 ‘10개의 계절’이 있다. 하늘에는 5개의 기운이 있고, 땅에는 6개의 기운이 있다. 하늘의 기운을 5운(運)이라 하고 땅의 기운을 6기(氣)라고 한다. 1운은 73일 정도, 1기는 65일 정도다. 5운과 6기를 결합해서 10개의 계절이 만들어진다.”

   
장 교수는 내년 기상을 예측한 ‘기상 달력’을 해마다 발행하고 있다. 날씨 예측 적중률은 80~90%라고 그는 말한다.
동양기상학으론 1년은 4 계절 아닌 10 계절

하늘의 5운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성질로 순환하고, 땅의 6기는 풍(風․바람) 열(熱․열기) 서(署․더위) 습(濕․습기) 조(燥․건조) 한(寒․냉기)으로 나눠진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것들의 조합이 그 해의 날씨를 결정짓는다. 하늘의 운(運)은 ‘갑을병정~’ 하는 ‘천간(天干)’으로, 땅의 기(氣)은 ‘자축인묘~’ 하는 지지(支持)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올해는 임진(壬辰)년인데 임(壬) 자는 바람의 성질을 갖고 있고, 진(辰) 자는 냉기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어느 해보다 강풍이 셀 것으로 예측한 것이고, 이것이 들어맞은 것이라고 장 교수는 말한다. 또 임(壬)자가 들어갔던 2002년(임오·壬午)년에는 황사가 아주 심했다. 역시 강풍의 영향이지만 그땐 땅이 뜨거워 황사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상달력이 정말 그렇게 잘 들어맞는가?
“2002년 황사 피해로 아산의 삼성전자 크린랩에 문제가 생기면서 충남도의 세수도 줄었다. 당시 심대평 지사가 이런 일을 겪는 뒤 그해 말에 ‘내년(2003년)도 날씨도 예측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간부공무원들과 기자들도 있는 자리에서 ‘내년에 일년 내내 비가 온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 2003년 말 동아일보에 내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하였다.”

-2004년 초봄 폭설도 예측했나?
“2003년에 ‘내년에 눈이 안 오는데 오면 폭설’이라고 예측했다. 2004년 이른 봄 고속도로 폭설대란이 발생했다. 2010년 광화문 침수와 그해 가을장마 예측도 적중했다.”

-그 정도면 기상청에서 도움을 요청할 만도 한데.
“2011년 장마가 끝날 즈음 기상청은 7월28일에 장마가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는 장마가 8월12일까지 간다고 예측했고, 정말 그날까지 비가 왔다. 그러자 기상청에선 오히려 장동순 교수 가만히 있게 해달라는 말이 들려왔다.”

   
1800년대 후반부터 측정한 평균기온 변화. 기온이 60년을 주기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상승세에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추정된다.
장마기간 예측, 기상달력은 맞고 기상청은 틀리고

-날씨 예측 적중률이 어느 정도인가?
“80~90%는 맞는 것 같다”

-조금이지만 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황제내경(黃帝內經)』에 나와 있는 운기론(運氣論)을 현대 과학으로 재해석하는 그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는 게 있다. 예를 들어 기상달력은 올봄에 비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땅도 차고 하늘도 차기 때문이었다. 땅은 차지만 온난화 영향으로 수증기가 올라가 비가 올 것으로 예측했으나 땅의 찬 기운이 온난화 영향을 압도해서 수증기가 올라가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건조했다.”

-운기론에 대한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인가?
“두 개의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예측이었는데, 다른 쪽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럼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는 말인데.
“나는 아직도 내 예측이 맞다고 본다. 민심 때문에 날씨가 변한 것이라고 본다.”

-『동서기상학』에 보면 대입 수험생이 시험볼 때 입시추위가 오는 것은 사람들의 긴장된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혀놓고 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날씨를 결정한다는 것인가?
“당연하다. 민심이 천심이다. 내 예측이 틀린 것은 민심 때문이다. 학생들은 취직 안 돼 절망 상태에 있다. 또 하우스 푸어가 얼마나 많은가?”

-『황제내경』은 의서(醫書)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기상 예측에 사용되나?
“동양 의학은 전일적(全一的)이다. 자연은 대(大)우주고 사람은 소(小)우주다. 대우주의 자연현상과 소우주의 인간 질병는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인간의 병을 치료하려면 대우주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대우주의 변화를 알기 위해 기상을 예측하는 방법이 황제내경 소문편에 나와 있다.”

장 교수는 황제내경의 우수성을 언급하면서 동양학의 찬미로 이어졌다.

동양의 역(易) 무시한 과학은 망한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지식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에 이미 다 나왔다. 전쟁하는 법, 천문 지리 인사 등 그 당시엔 다 알았다. 지금 사람들은 무식하다. ‘과학 사대주의’ 때문이다. 과학이 없어져야 한다.”

-교수님도 본래는 과학이 직업 아닌가?
“동양의 역(易)을 무시한 과학은 망한다.”

-기상이 60갑자에 따라 결정된다면 오늘과 60년 전의 오늘의 날씨가 같다는 얘기가 되는데 정말 그런가?
“해의 60갑자는 60년마다 반복되고, 날[日]의 60갑자 즉 일진(日辰)은 80년마다 반복된다. 따라서 기상이 같은 날은 이 둘의 최소공배수인 240년마다 돌아온다.”

-오늘과 240년 전의 오늘 날씨는 똑 같은가?
“물론 주변 환경에 따라서 기상은 변화된다. 가령 지금의 북경은 60년 전의 서울과 같은 기상이다.”

-무슨 뜻인가?
“온난화 때문에 기온이 올라간 것이다. 주변의 환경도 바뀌었다. 댐도 만들어졌고.. ”

-지구 온난화를 두고 과학자들 간에도 판단이 다른 것 같다. 인류가 에너지를 너무 써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지구 기상의 사이클 현상이지, 인류의 영향은 아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교수님은 어느 쪽인가?
“나는 둘 다라고 본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최근 10년 간의 기온 변화를 나타낸 도표를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기온은 떨어졌으나 추울 때 더 춥고, 더울 때 더 더워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대전의 평균 기온도 같은 추세였다.

-기온이 내려가고 있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그 전에 온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갔던 것은 이산화탄소 영향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게 내 생각이다.”

-그럼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이산화탄소로 보지 않는다는 건가“
“그건 사기라고 본다”

   
장 교수는 환경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지만 동양학과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서기상학』은 그가 추구하는 동서 학문융합 연구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동양학과 슈퍼컴 연계해야 날씨 예측 더 정확

-미국에서도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놓고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온난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1960년부터 기준을 말한다. 그런데 길게 보면 온난화 효과는 미미하다. 그것도 과연 이산화탄소 때문인가는 불분명하다. 이전에도 더웠던 적이 많다. 정확한 것은 우리의 생애에선 모를 수도 있다.”

-기상 예측도 지역성 즉 주변 환경을 반영하면 달라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예를 들어 같은 참외라도 씨를 여름에 뿌리는 것과 봄에 뿌리는 것은 생육상태가 다를 것 아닌가? 건조한 기상 인자(因子)가 있다 해도 그것이 사막지대라면 거의 영향을 못준다. 기상 인자가 어떻게 발현되는가는 슈퍼컴 즉 현대과학의 책임이다.”

-동양의 기상학과 서양의 기상학을 슈퍼컴이 연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슈퍼컴을 써서 설계하고 계산하는 게 바로 그거다. 기본 팩트는 동양학으로 예측하고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슈퍼컴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丁)자 들어간 해엔 동남풍 불어..삼국지 가능한 얘기

-교수님의 기상학을 배운다면 누구든지 날씨를 예측할 수 있나.
“물론이다. 충남대 교양과정에 ‘풍수와 기상’이란 강의가 있었다. 학생들이 많이 들었다. 인기과목이었다. 가르치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고 일반화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부전공제가 강화되면서 지금은 강의가 중단된 상태다.”

-운기론으로 보면 삼국지의 동남풍은 정말 가능한 얘긴가?
“가능한 얘기다. 동지섣달에 어떻게 동남풍이 불 수 있나 하겠지만, 정(丁)자 들어가는 해는 동남풍이 불 수 있다. 삼국지 동남풍은 정해년 얘기다. 우리나라도 정(丁)자가 들어가는 해는 동남풍이 분다. 내가 체크해봤다. 12월에도 그런 바람이 분다. 국지성으로 분다.”

◇장동순 충남대 교수는 :

서울대 공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와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에서 기계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90년부터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가장 과학적인 공부를 하는 전문가가 가장 비과학적인 공부를 병행하는 셈이다.

가장 극적인 ‘동서 학문융합’ 실험중

한참 강조되고 있는 ‘학문융합’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극적인 융합을 시도하는 학자다. 그러나 주변에선 장 교수의 학문융합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는 “동양 기상학과 서양 기상학을 좀더 깊이 있게 연구해보고 싶어 여러 번 연구비를 신청했으나 번번이 탈락했다”며 아쉬워했다. /김학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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