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기업은행의 부동산 PF 사업성 저하… 기업은행은 부실채권비율이 35%
⊙ 코레일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지지부진으로 출자액 2500억원 떼일 판
⊙ LH는 2011년 6월 현재 PF 회사에 토지를 판 뒤 받지 못한 매각대금이 3조413억원
정부의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경기도 판교의 한 건설현장. |
공공기관이 국회에 제출한 <2010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든 공공기관은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 대한주택보증㈜,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9곳이었다. 이들이 부동산 PF 사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 혹은 보증을 선 금액은 모두 6조5096억원에 달했다. 2011년 3월 현재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금액이 약 7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표1>
이 가운데 한국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사업성이 ‘보통’이거나 ‘악화 우려’로 평가된 사업장에 대출·출자·보증을 선 금액이 무려 2조79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2개 은행의 전체 부동산 PF 투자의 54.9% 수준이다. 2개 사업장 중 1개 사업장이 사업중단 위험에 처해 있는 셈이다.<표2>
국회예산정책처 안옥진 사업평가관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건설시장 회복 전까지는 이 같은 부동산 PF 대출과 출자, 보증과 관련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중 ‘고정 이하 부실채권 비율’은 다른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과 비교해 가장 높아 부실채권 매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다.
기업은행의 경우 2011년 3월 현재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채권 비율이 35.35%로 국내 시중은행 전체의 부실채권 비율(18.3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코레일, 부동산 PF 사업 부진… 사채발행까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주축이 돼 공모형 PF 사업으로 진행 중인 용산 역세권 국제업무지구(51만385㎡)도 토지매각 지연으로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표3>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2500억원을 출자한 코레일은, 토지매각 지연으로 출자금의 손실 가능성이 높은데다 부동산 PF 업체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가 현재 자금 여력이 없는 상태다.
코레일은 2011년 6월 현재까지 총 1조9365억원의 토지대금을 받았으나 이 중 88.4%인 1조7118억원은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가 철도공사로부터 매입한 토지를 담보로 ‘차입(借入)’한 것이다. 현재 이 업체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난 2월 예정된 코레일과의 마지막(4-2차) 토지 매매 계약이 현재까지 지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측은 “만약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 측이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코레일이 담보 설정된 토지를 다시 인수하고 차입금 전액을 상환하기로 돼 있다”며 우려했다.
문제는 코레일의 재무(財務)지표가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코레일은 지난 2009년 코레일공항철도㈜를 인수하기 위해 1조2000억원을 쓴 상태다. 여기다 매년 100%를 초과하는 영업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계속 사채를 발행하고 있고, 이를 통한 차입금의 증가로 금융부채가 2006년 4조8487억원에서 2010년 8조2819억원으로 늘어났다. 부채비율 또한 2006년 69.9%에서 2010년 95.1%로 증가해 영업을 통한 자금운용이 원활하지 않다.
안옥진 평가관은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코레일은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차입금과 관련한 1조7118억원의 상환 의무가 생길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곧바로 코레일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용산역 기지창과 서부이촌동 일대에 들어설 용산 랜드마크 빌딩 조감도. 코레일이 용산개발사업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토지매각 지연으로 사업이 불투명한 상태다. |
LH도 부동산 PF 사업 관련 토지대금 회수 지연으로 골머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1년 6월 현재 13개 부동산 PF 사업을 진행 중이다. PF 사업과 관련해 총 출자된 금액은 2010년 말 현재 1869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부동산 경기침체로 LH가 출자한 사업장 중 성남 판교, 화성 동탄, 아산 배방, 파주 운정 등 9곳의 사업 추진이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이들 9개 지연 사업장에 출자된 금액은 모두 1698억원.
이런 상황에서 LH는 올 하반기부터 외부의 부실한 PF 사업장을 사들여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내환(內患)에다 외환(外患)까지 겹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국토해양위 한 전문위원은 “현재 4차까지 지정된 보금자리주택지구도 LH의 자금난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시장에서 풀어야 할 부실 PF 사업장을 공기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표4>
LH는 또 PF 회사에 토지를 팔아 4조6977억원을 매각대금으로 받아야 하지만, 2011년 6월 현재 받지 못한 매각대금이 연체금액(8196억원)을 포함해 3조413억원에 이른다.
국회예산처는 “PF 사업 진행이 부진해 토지 매각대금을 예정대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 현재 LH가 가진 현금 유동성 문제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역시 부동산 PF 사업 중 2010년 말 현재 49.2%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연 사업장으로는 인천 중구 ‘운북 복합레저타운’, 서울 종로구 ‘공평 도시환경정비’, 경기 파주 ‘운정 복합단지’ 등으로 이곳에 사립학교연금공단 측이 대출 및 출자한 금액은 모두 881억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부동산 PF 사업은 부동산 경기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최초 사업 추진 시 위험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했다”며 “이들 중 코레일과 LH는 PF 사업 부진으로 해당 PF 사업에 대한 토지매각대금의 반환 가능성 및 출자금 손실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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