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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약초

홍화

옛날 어느 두메산골에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 총각이 있었다.

 

이 총각은 효성이 지극하여 늘 어머니를 지성으로 모셨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밭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넘어져 다리뼈가 뚝 부러졌다. 아들은 사방

 

을 수소문하여 좋다는 약을 지어다가 어머니께 드렸으나 부러진 다리는 좀처럼 낫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상처와 부러진 뼈를 빨리 낫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총각은 자신의 정성이

 

부족하여 어머니의 병이 낫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기의 엉덩이 살 한 점을 뚝 잘라 내어 몰래 죽

 

을 끓여 어머니께 드렸다.

 

그러나 어머니의 상처는 낫기는커녕 더욱더 악화될 뿐이었다

 

“아,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아들이 너무 상심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갑자기 한줄기 바람이 일더니 검은 구름이 몰려와 소낙

 

비를 퍼부었다.

 

한동안 비가 내리던 하늘이 다시 맑게 개자 하늘 한쪽에 일곱 빛깔 찬란한 무지개가 걸렸다.

 

“오늘은 무지개가 정말 아름답구나!”

 

아들이 무지개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그 무지개를 타고 아리따운 선녀가 훨훨 날

 

아 내려왔다.

 

아들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선녀는 총각의 집으로 들어오더니 하얀 꽃씨 한줌을 총각에게 주며 말했다.

 

“이 씨앗을 받으세요.”

 

“이 씨앗이 무슨 씨입니까?”

 

“이것을 달여서 어머님께 드리세요. 그러면 어머니의 부러진 뼈가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꽃씨를 조금 남겨 두었다가 봄이 되면 뜰에 심도록 하십시오.

 

가을이 되면 빨갛게 예쁜 꽃들이 피고 씨앗이 익을 것인데 누가 뼈를 다치면 그 꽃씨를 짓찧어서 달

 

여 먹고 또 그 꽃잎을 달여 먹이세요. 그러면 부러진 뼈가 곧 이어지고 상처도 빨리 아물 것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꽃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옥황상제께서 총각님의 효성에 감동해서 보내 주신 꽃인데 그 이름은 잇꽃이라고 한답니다.”


총각은 즉시 그 씨앗을 짓찧어 어머니께 달여드리고 또 짓찧어서 상처에 붙였다.

 

그랬더니 어머니의 상처는 며칠 지나지 않아 아물고 부러진 뼈도 전처럼 회복되었다.

 

총각은 남은 씨앗을 이듬해 봄에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고 그 뒤로 그 꽃씨는 뼈가 부러

 

진 데 치료약으로 쓰게 되었다. 잇꽃은 흔히 홍화라고 부른다.


꽃잎에서 노란색과 빨간색 물감을 얻어 옷감을 물들이는 데 흔히 썼다.

 

한의학에서는 잇꽃을 통경제로, 어혈을 푸는 약으로 널리 썼다. 잇꽃의 씨앗인 잇씨는 갖

 

가지 뼈 질환에 특효가 있다.

 

뼈가 부러졌을 때에는 잇씨를 가루 내어 먹으면 부러진 뼈가 훨씬 빨리 아물어 붙는다.

 

대개 10일에서 한 달쯤 먹으면 부러진 뼈가 이어진다.

 

폐경기가 지난 여성들에게 으레 나타나는 골다공증에 잇씨를 빻아서 차로 달여서 몇 달 마시면 거의

 

틀림없이 낫는다.

 

뼈가 물러지는 연화증,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어린이 등 갖가지 뼈질환은 모두 잇씨로 고칠 수 있다.


잇씨에는 칼슘이 다른 어떤 식물보다 많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미량 원소들이 골고루 들어

 

있어 이 미량 원소들이 여성 호르몬의 역할을 대신하여 뼈를 빨리 성장하게 하고 골밀도를 높인다.

 

뼈질환에는 가히 최고 식품이자 약재라 할 만하다.


잇꽃은 붉은색 꽃이 피는 엉겅퀴와 비슷한 식물이다.

 

옛적에는 우리 나라에서 흔하게 가꾸었으며 보통 홍화(紅花)라고도 불렀다.

 

잇꽃은 한여름에 노랗게 피어 빨갛게 되었다가 검붉은 빛깔로 지는 꽃도 볼 만하지만, 무엇보다도 꽃

 

잎에서 붉은색 물감을 얻기 때문에 염료 작물로 매우 중요하였다.

 

잇꽃에서 뽑은 잇물은 꼭두서니 뿌리와 함께 붉은색 계통을 대표하는 물감이었다.

 

농도에 따라 다홍빛이 되기도 하고 영산홍빛이 되기도 하는 잇물은 주로 명주에 들여 사용하였다.


잇물에서 나오는 천연의 빛깔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은은한 깊이와 품위가 있어서 잇꽃은 푸른색

 

물감을 얻는 쪽과 함께 가장 중요한 물감 원료였다. 이불의 천이나 다홍치마, 색동옷의 붉은 빛깔들

 

이 대개 잇꽃에서 얻은 것이고 보면 잇꽃은 수천 년을 우리 겨레와 정서를 같이 하여 온, 매우 친근한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잇꽃은 약초로도 중요하여 한방에서 여성들의 통경(通經), 파어활혈(破瘀活血), 부인병의 약으로 널

 

리 쓰였고 또 입술을 칠하는 연지의 연료나 떡이나 과자를 빨갛게 물들이는 데도 썼다.

 

홍화꽃 잎에는 빨간 색소가 0.6퍼센트쯤, 노란 색소가 30퍼센트쯤 들어 있다.

 

잇꽃 염색은 모든 색 가운데 가장 값이 비싸서 15세기 무렵에 잇꽃 1근은 쌀 1섬 값이었고, 쌀 1섬 값

 

이 48냥일 때 명주 1필을 다홍빛으로 물들이는 데 70냥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잇물을 사용한 역사는 매우 깊다.

 

평양 교외의 낙랑 고분에서 잇물로 염색된 천이 출토된 적이 있고 신라 때에는 홍전(紅典)이라는 기

 

관을 두어 홍화 재배와 잇물 염색을 전담하게 했다.

 

조선시대 때에는 잇꽃 염색이 일반화되어 서민들도 밭에 많이 가꾸었다.

 

조선시대 때 잇꽃을 많이 재배하기로 이름난 곳은 태천·함흥·경성·명천·길주·북청 등 북부지방의 고

 

산지대였다.

 

조선시대 말까지 매우 흔한 식물이던 잇꽃이 사라져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은 일본 세력과 함께

 

광물성 물감이 들어오면서부터이다. 광물성 물감의 편리함에 뒷전으로 밀려났다가 그만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에 잇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잇꽃을 가꾸는 사람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는데, 이는 잇꽃 씨(잇씨)가 부러지거나 부서진 뼈를 원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데에 믿을 수 없을 만

 

큼 빠른 약효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옛부터 전해 오는 의학책에는 잇씨가 부러진 뼈를 고쳐 준다는 기록은 없다.

 

다만 민가에서 닭이나 개의 다리가 부러지면 잇씨 몇 개를 먹이면 쉽게 낫곤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

 

다.

 

잇씨의 골절 치료 능력은 신비롭다. 뼈가 부러졌거나 조각조각 부서졌거나 금이 갔거나 상관없이 잇

 

씨를 살짝 볶아 가루 내어 먹으면 하루 안에 원상태로 회복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난 토종 잇씨라야 효과가 제대로 나고 중국이나 미국에서 수입한 것은

 

효과가 훨씬 떨어져 토종의 2∼3퍼센트밖에 약효가 안 난다.


잇씨로 부러지거나 부서진 뼈를 치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부러진 뼈를 유능한 접골의원이나 접골사를 찾아가서 제자리에 정확하게 맞춘다.

 

그 다음에 잇씨를 1냥(37. 5그램)이나 1냥 반쯤을 프라이팬에 바삭바삭할 정도로 살짝 볶아 가루로

 

내어 생강차나 쌀죽에 타서 밥 먹기 전에 먹는다.

 

토종 잇씨는 일 주일에서 열흘쯤이면 치유가 되지만 외국에서 수입한 잇씨는 거의 효과가 없고 외국

 

산 잇씨를 우리 땅에 5년쯤 연속 재배하여 조금 토종화시킨 것은 보름에서 한 달쯤이면 치료가 된다.


아무튼 잇씨의 골절 치료 능력은 놀랍고 신비롭다.

 

또 잇씨는 선천적으로 뼈가 약하여 돌이 지나도 잘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갈아서 먹이면 뼈

 

가 아주 튼튼하게 되며 골다공증이나 골소송증, 골형성부전증에도 놀랄 만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잇

 

씨는 보리알이나 벼알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보다 크고 흰빛이며 윤기가 있다. 맛은 매우 고소하고

 

기름이 많이 들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잇씨에서 짜낸 홍화유가 동맥경화나 혈관의 노화를 막

 

아 준다고 하여 건강식품으로 크게 인기가 있다.

 

잇씨의 성분은 지방질 외에 이고닌, 리놀산, 타체르사이드 등이 알려져 있을 뿐 골절 치료 성분이 무

 

엇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연구가 되어있지 않다.


잇꽃은 우리 나라 어느 지방에서나 쉽게 가꿀 수 있다. 논이나 밭에 가꾸어도 좋지만 정원이나 울타

 

리 옆, 밭가에 둘러 심어도 좋다. 크고 화려한 꽃도 아름답고 날카로운 가시를 잎마다 달고 있는 폼이

 

창칼로 무장한 병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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