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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나의 이야기

차한잔의 여유(0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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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밭을 일구던
김 스테파노가 운명했다

그에게는
십자고상과 겉이 다 닮은 가죽성경
벗어 놓은 전자시계에서 풀려나간
무진장한 시간이 전부였다

그가 나간
하늘 뒷길 쪽으로
창문이 무심히 열린 채 덜컹거린다

한평생
그에게 시달렸던 쑥부쟁이 꽃들이
따사로은 햇볕 속
상장(喪章)들을 달고 흔들리는

조객(弔客)이 필요없는 평화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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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 ” / 시인 노향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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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더운 날씨에 키우시는 난들도 안녕하나요
오늘도 세 번째로 노향임 시인의 시를 소개합니다
시인의 시를 보면 한마디 한마디 말이 화석이 되어
아무런 가식없이 A4 용지에 고정되는 느낌입니다
수사의 삶은 스님의 그 것만큼이나 절제되고 단순
그자체입니다.
즉 조용하고 깨끗한 하나의 삶의 끝을 “운명했다”
로 표현합니다.  
요즘은 전자시계를 꼬마들도 사용합니다
아주 값싼  시계를 쓰던 주인이 시간의 차원을
벗어나니 , 시계도 시보를 알리던 일에서 해방됩니다
“ 시계에서 풀려나간 무진장한 시간 ”
“하늘 뒷길로 열린 창문은” 이승으로부터 잠시동안
외출인 듯 무심이 적혀있는 적막의 소묘입니다
살아생전 가꾸던 쑥부쟁이 꽃들이 상장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서 있습니다
한 수사가 남긴 이승의 빈자리를 기교나
감정이 개입없이 담백하게 적혀져 있습니다
삶의 적막이 시인의 삶의 양태를 보여 주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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