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선거전 돌입 G2 경제 회복 따라 희비 갈린다 <미국·중국>
주식
“유로존 악재…내년 불확실성 크다” 변동성 큰 ‘상저하고’ 흐름 탈 듯
내년 주식시장은 대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1세기 첫 경제 위기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내년이기 때문이다. 만약 국제공조를 통해 위기(After Shock)를 이겨낸다면 내후년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에 접어들겠지만 반대 상황이면 장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당장 2~3월에 집중된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 만기가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예년 같았으면 상고하저(상반기 주가 상승, 하반기 주가 하락)와 상저하고(상반기 주가 하락, 하반기 주가 상승)를 놓고 팽팽한 논쟁이 이뤄졌겠지만 올해만큼은 내년 주식시장에 대해 상저하고로 의견이 통일되는 모습이다. 대다수 증권사 리서치센터나 자산운용사, 연기금 기관 투자가들 모두 내년 주식시장이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상저하고’라며 하반기 강세를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전망보다는 바람에 가깝다.
변수①-남유럽 국가 부채 만기
전통적으로 3월은 주식시장에서 계절적 침체기로 통한다. 연시, 연초에는 산타랠리 등으로 들떠있던 분위기가 가라앉는 데다 연말 보통 3조~4조원씩 유입되던 배당과 관련, 인덱스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1분기에 올해 세계 경제를 벼랑 끝까지 몰고간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 만기가 몰려 있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3월 만기가 예정돼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채권만 1583억유로에 달한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전략담당 애널리스트는 “남유럽 문제가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으로 옮겨가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이며 유럽 금융기관들의 자본 확충과 미국의 긴축 경기 시작, 레임덕 등이 맞물리는 하반기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선 올 연말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돼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GS자산운용 김석규 대표는 “연말 코스피지수가 2150포인트까지 올라야 내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②-세계 주요 국가 선거전
상반기 남유럽 위기를 잘 넘긴다고 해도 하반기에는 세계 주요 국가들의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내년은 미국, 중국 등 세계 경제 1, 2위 국가뿐 아니라 러시아, 프랑스 등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들의 권력이 새로 출범하는 시기다. 우리나라도 내년 상반기 총선과 하반기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대선, 총선을 한해에 치르는 게 20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데 이 시기가 주요 강대국들의 권력 교체 시와 맞물린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선거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많다. 일반적으로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고 유동성 증가는 주식시장 회복으로 이어진다. 이를 잘 설명하는 것이 경제학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대선주기 이론이다. 1970년 이후 미 대선 때마다 업종별 주가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대통령 임기 후반부와 선거 연도에 주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금융과 에너지 업종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중국 지도부도 교체된다. 내년 중국에서 주목할 정책적 변수는 단연 인플레이션 우려다. 물가가 지나치게 높게 뛰어오를 경우 중국 정부로선 긴축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나 주식시장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대신증권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긴축 정책을 완화할 뜻을 내비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플레 우려만 없다면 중국정부로선 지도부 교체를 앞둔 시기 내수경기 부양을 강력하게 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중국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4조6500억위안의 경기부양책을 펼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자금은 전자제품과 같은 소비재 구입 보조금과 전기세, 수도세 등 공공요금 인하, 각종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중국 내수시장 변화에 연관성이 큰 종목이 현재로선 투자메리트가 높다는 지적이다. - 내년에는 미국·중국의 권력이 새로 출범하는 시기다.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중국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변수③-통화량
이런 와중에서 유동성 증가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지금 상황에서 주식시장과 세계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는 자본 투입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을 투입한 것도 이 방법 외에는 남유럽발 경기 불안을 잠재울 만한 요소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심은 미국의 3차 QE 정책 발표다. 조윤남 센터장은 “두 차례의 QE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은 달러가 약세이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인데 ,지금은 유로존 전체가 위기여서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주식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전문가들은 소폭 상승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김석규 대표는 “지금의 릴리프랠리(반짝 상승)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주가가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추가상승을 위해선 중국 등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필요한데 골드만삭스 등 해외금융기관들이 중국의 재정건전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김 대표는 중국 내수, 그것도 소비와 관련된 유통, 서비스 업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기업을 유망 종목으로 추천했다.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이미 악재가 다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중반부터는 모멘텀이 확실히 살아날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는 코스피 기준 주가가 2500선을 돌파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채권
한은 금리 인하 저울질하는 사이 외국계 채권시장 뒤흔들 가능성 농후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는 주가와 반비례한다. 경기 불황으로 치달아 주가가 내리면 기업들로선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금리를 올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채권 투자는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빛을 발한다. 최근 금융권 VIP PB센터마다 안전자산 성격을 지닌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고 있는 것도 채권 투자의 시대가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야 한다. 주가는 출렁이고 예금 금리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채권 투자의 적기다. 여기서 주가와 예금 금리를 비교대상으로 정한 것은 두 지표가 채권 수요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물러 주식투자로 돈을 굴리기 힘든 상황인데다, 여기에 은행들마저 예금 금리를 내린다면 투자자들로선 은행 예금 다음으로 안정성을 보장받는 채권 쪽에 관심을 두게 된다. 물가인상 분위기 속에 물가연동채와 부실위험이 제로에 가까운 장기국고채, 여기에 신흥국 대표주자인 브라질, 터키 채권에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몇몇 금융기관은 내년에도 통화량 증가에 따른 물가인상 압력과 경기 위축이 함께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물가채와 국고채, 여기에 투자성과 안정성이 보장된 신흥국 국채 등을 결합시킨 상품들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여기에 매월 고정적인 수입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월지급식 형태로 채권투자가 진화하면서 50~60대 베이비붐 세대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변수④-정책 금리
그렇다면 내년도 채권시장의 변수는 무엇일까. 단연 기준금리로 대표되는 한국은행의 정책금리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값은 오르는 게 정석이다. 이런 이유로 채권은 앞으로 금리가 낮아질 것을 예상해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늘 그렇듯 기준금리가 채권시장의 풍향계 노릇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어떤 향배를 보일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현재 기준금리를 3.25% 선에서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째다. 올해 물가인상률이 4%를 넘어선 상황에선 기준금리를 인상시켜야 하지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상은 돌이킬 수 없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책당국의 고민거리다. 지난 11월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전격 인하시킨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오는 201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재홍 하나UBS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큰 데다 가계부채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본부장을 비롯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를 근거로 내년 채권시장에서 정책금리가 차지하는 변수는 예년에 비해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인상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징후가 뚜렷해진다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전격적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속속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물가상승, 가계부채 문제로 쉽게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변수⑤-중국인 채권 투자
또 다른 변수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국내 채권 투자수요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월말 현재 국내 투자된 외국인들의 채권 투자금액은 전체 7.3% 정도다. 지금까지 국내 채권을 매입한 곳은 주로 미국, 유럽 등이 주류를 이뤘지만 지난 2009년 7월부터는 중국계 자금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10월말 현재 중국은 외국인 채권 보유 비중이 미국, 룩셈부르크, 태국에 이어 4위다. 홍콩까지 중국계로 본다면 보유 비중은 미국, 룩셈부르크 다음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재정건전성 등 신용도가 우수한 데다 국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물론 이 같은 호재는 중국계 기관투자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하나UBS자산운용의 황 본부장은 “국제 통화시장에서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데 이 같은 리스크(위험도)를 감안하고서라도 한국 채권을 매입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중국으로 대표되는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도 충분히 가정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변수⑥-고령화 시대
내년부터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것도 채권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다. 고령화는 수요를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채권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은행, 보험, 증권사 입장에서도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선택하는 상품이 바로 채권이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홍정혜 연구원은 “올해부터 평균연령보다 나이가 많은 세대가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서는데 이들은 앞으로 노후자금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권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내년 채권시장에서 유망한 상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꼽는 상품은 장기채다. 장단기채 금리 차(스프레드)가 많이 좁혀진 상황에서 금리가 동결 내지는 인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5년 이상 장기채가 유망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 이동률 HNW그룹장은 신용등급이 좋은 외국계 보험사 장기채와 10년물 국내 공사채, 신용등급 트리플B 정도의 회사채를 유망 투자 상품으로 분류했다. 그는 “브라질 등 신흥국가 국채는 해당국가가 금리가 높으면서 통화가 원화 대비 강세를 기록해야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보다는 순수 달러표시채권, 유로표시채권이 더 낫다”고 전망했다.
하나UBS자산운용 황 본부장도 “조선, 해운, 건설업종과 같이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업종은 피해야 하며 최소한 신용등급이 싱글A에서 더블A 정도인 회사채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본부장은 그러면서 “내년에는 자산 포트폴리오 안배 차원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안전도를 높이는 전략 하에 채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펀드
특정 펀드 ‘쏠림 → 수익률 하락’ 되풀이 한국형 헤지펀드 등 신상품 관심 고조
올해도 펀드시장은 회복 기미마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간접투자시대가 이러다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을 즐기는 한국인의 특성상 펀드 시장 풍토가 자리잡기는 상당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내년 전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 한국형 헤지펀드의 등장은 여의도 증권가에 큰 기대를 갖게하고 있다.
올해 펀드시장의 최대 화제는 JP모간자산운용의 코리아트러스트펀드의 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펀드가 상반기 뜨거운 관심을 보이다 하반기 큰 폭으로 수익률이 떨어진 것은 우리 펀드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7년 출시 때만해도 4000억원에 불과했던 이 펀드는 수익률이 좋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1조원대 메가 펀드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최근 하락장에서는 가장 많은 손실을 내고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22%를 기록해, 전체 383개 액티브펀드 중 밑에서 두 번째에 그치고 있다.
변수⑦-펀드투자 신뢰 회복
JP모간 코리아트러스트펀드 역시 승자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와 똑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만큼 자금 쏠림이 심한 나라도 드문데 솔직히 운용사 입장에서는 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라고 전했다. 메가 펀드의 등장은 해당 기업의 기업 가치를 통한 이익실현이 아니라 펀드 자금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오래가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수료 인하 경쟁은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판매사의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면서 펀드는 소비자는 물론 유통채널업자에게도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 수익률이 떨어져 고객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가운데 원하는 만큼 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되면서 펀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정책이 발표되면서 펀드시장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요즘 들어오는 자금은 대부분 기관투자자이거나 적립식 펀드 가입자 자금뿐”이라며 달라진 시장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간접투자 형태로 주목받아 자금이 크게 몰렸던 자문형 랩 시장이 반년 만에 시장의 외면을 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변수⑧-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이런 가운데 내년 펀드 시장을 다시 회복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있다면 한국형 헤지펀드다. 지난 6월 금융위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시대가 막이 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1호 펀드의 등장 여부다. 유럽발 금융 위기로 공매도가 금지됐던 것이 지난 11월10일 풀리면서 제도 도입은 사실상 초읽기에 돌입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자산운용사는 수탁고 4조원, 증권사는 자기자본 3조원, 투자자문사는 일임계약액 5000억원)을 맞추기 위한 합종연횡도 앞으로 본격화된다.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는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투자자는 일임금액이 5억원 이상인 데다 뚜렷한 성과마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특성상 수익률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온다면 고액자산가들이 투자에 들어가 단시일 내 덩치가 커질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자문형 랩의 전철을 밟을지는 좀더 지켜볼 대목이다. 인사이트 펀드나 자문형 랩은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펀더멘털이 아닌 유입되는 돈에 의해 수익률이 올랐으나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약세로 전환, 지금은 상당한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 최근 정부의 수수료 인하 요구로 은행, 증권 등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펀드 판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변수⑨-브릭스 · 대형주펀드 판도 변화
올해 시장 주도 펀드는 단연 중소형주 펀드였다. 대표적인 것이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스몰뷰티캡펀드다. 올해 중소형주는 가격 부침이 상대적으로 대형주보다 덜한 것이 수익률 방어에 주효했다. 엔터테인먼트, 바이오주 등이 테마주로 각광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중소형주 인기는 계속될까.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신영증권 오광영 펀드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형주의 가격 낙폭이 커져 상대적으로 대형주가 저평가돼 있다”면서 “대형주들이 실적만 뒷받침되면 상승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신흥시장의 강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신흥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브릭스로 묶인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은 내년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위원은 “경기 모멘텀과 주가 등의 종합적인 매력을 고려할 때 중국이 가장 매력적이며 러시아, 브라질, 인도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브릭스 국가 대부분은 기업이익이 전반적으로 감소를 기록하고 있는데 인도와 중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주가 상승세가 약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정책의 실효성을 아직 낙관하기 어려워 내년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때문에 브릭스 관련 펀드에서도 국가별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0월 해외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10.62%를 기록한 가운데 중남미 지역 펀드가 15.28%를 기록했고 그 뒤를 러시아, 브라질, 중국(홍콩H)펀드가 이었다.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는 0.62%의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 2008년과 마찬가지로 주가연계펀드(ELF)는 불황기에 투자방어적인 성격이 짙은 상품이다. 실제로 국내, 해외 주식형 펀드는 최근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는 반면 ELF는 거의 유일하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부동산
서울 수도권 전세난 내년에도 계속 1인 가구 증가…도시형주택 쏟아진다
올해도 부동산 시장은 전혀 미동이 없었다. 2008년 이후 벌써 4년째다.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 지급보증액 확대로 건설사들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신규아파트 공급은 지지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전셋값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공급자, 수요자 모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이야말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총선, 대선과 같은 정치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내년 부동산 시장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부동산 시장이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0.7%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 부동산 시장이 예년과 다른 점은 지방은 상황이 달랐다는 것이다. 서울, 수도권의 집값이 이처럼 제자리걸음을 걷는 동안 지방광역시는 올해 12.5%의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치솟은 전·월셋값이었다. 특히 전셋값은 물가상승, 주택 공급량 부족, 주택 구매 수요 감소,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2009년 2월 이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내년은 대선과 총선이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해다. 보통 이들 정치 이벤트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다. 선거철이 되면 갖가지 개발 공약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집값, 땅값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이다혜 연구원은 “과거 대선이 있던 해는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지만 내년에는 투자환경이 예년 같지 않아 선거가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면서 “최근 개발과 성장보다는 복지, 공정, 안정, 분배 등이 이슈가 되는 것도 시장 회복의 장애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변수⑩-전세·월세 등 임대시장
내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역시 전·월세로 대표되는 임대시장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에도 전·월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거라는 데 무게를 둔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물량이 줄고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은 내년에도 오를 것”이라면서도 “3년 이상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상승폭은 5%로 예년보다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연구위원은 “아파트 입주물량은 줄겠지만 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대체 주택이 늘어나 이를 완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정부가 전세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 전셋값에 임대료 인상분이 선반영되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매매값은 내년에도 올해 수준 내지는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월 초에 발표한 <2012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수도권은 공급물량 재고 조정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매매값이 1% 오르는 데 그치겠지만 지방은 주택공급 부족 문제가 여전해 매매값이 7%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⑪-1인 가구·소형주택 증가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상품은 소형주택이다. 그 인기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1인 가구라는 중장기적인 수요 변화 이외에도 전셋값 상승이라는 변수가 추가됐다. 올해와 같이 전셋값이 오르게 되면 가격에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이 집 크기를 줄이거나 거주지를 서울 중심부에서 외곽, 경기도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으로 소득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 전셋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집을 줄이거나 옮기는 수밖에 없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전세부담이 커지면 수요는 매매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30평형대 아파트 전세금으로 20평형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형주택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도 소형주택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집 크기를 줄여 은퇴자금을 마련할 경우를 가정할 때 소형주택은 앞으로도 국내 부동산 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이다.
다만 최근 이런 수요 변화를 예상해 들어서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원룸, 오피스텔이 너무 많다.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는 일반 아파트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 2009년 1688가구(인허가 기준), 2010년 2만529가구, 올해(1~8월)는 4만3250가구가 공급됐다. 전체 주택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다. 오피스텔도 올해 수도권에서만 1만실이 분양되는 등 2004년 이후 최대치가 쏟아졌다. 재야 부동산 컨설턴트 아기곰은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은 몇 년 전만해도 연 6%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월세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분양가만 올라 수익률이 4~5% 수준으로 내려갔다”면서 “건설사들이 홍보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직접 수익률을 따져본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위). 아래는 내년부터 대규모 입주에 들어가는 도시형생활주택.
변수⑫-보금자리주택
내년부터는 보금자리주택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1월 현재 지정된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총 19곳이며 민간분양을 포함한 공급예정주택은 25만6000가구다. 특히 내년 11~12월에는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인 서울 강남, 서초 등에서 2000가구 정도가 입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현재 보금자리주택은 1차 시범지구부터 3차까지만 사전예약을 접수받았다. 이 중 1차 시범지구인 서울강남, 서울서초, 고양원흥은 본청약까지 진행됐다. 마지막 시범지구인 하남미사도 올해 말 본청약에 돌입한다. 4차지구인 서울양원, 하남감북지구는 당초 연내 사전예약을 접수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커 사전예약일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4, 5차의 경우 지구 지정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발이 커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정부가 대출과 관련해 규제를 할 경우 시장은 장기간 냉각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