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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바라봐야 할
*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의 일부
시인 : 류시화
**
*
도시의 하루는
변화가 많아 피곤하다
주말이 되면 시내를 여기저기 들러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제는 영 염두가 나지 않는다.
주일 한 번 모이는 풍수연구 모임에 결석을
많이 해서 미안도 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큰 맘 먹고
교대모임에 참석차 가는 길에 생긴 일이다.
교대역사 내에서 길눈이 어두워
행인에게 길안내를 청하는 과정에서
괜히 언성을 높히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 일을 되짚어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러웠다,
행인 한분에게 몇 번을 불러 물어 봤는데
묵묵 전혀 반응이 없어서
세워놓고 속상도해서 맘속에 있던 말
“이웃 좀 생각하며 삽시다”,라고 크게 말해 버렸다.
그 행인의 반응은 왠일이니 하는 표정으로
그 자리를 피해 달려가 버렸다.
3호선 이용 시 객실 칸을 가능한 앞쪽으로 이용,
곧장 계단을 사용해 위로 올라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던 환승역인 교대역사도
환승을 하게되 중간이나 뒤편 객실을 이용하게 되면
객사 자체의 여러 환경으로 미로처럼 곧잘 헤맨다.
역사 길안내 표시판이 별로 큰 도움이 안돼서
바쁘게 지나치는 행인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도무지 염두나지 않는다. 모두 너무 바쁘다는 것,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목소리 전달이 어렵고
요즘은 아이패드나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휴대해
눈을 마주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현실이 되어버렸다.
정보나 기술이 , 매스미디어의 도움으로 ,
홍수를 이루는 작금에 와서는
이웃에 대한 상호의존도가 급속도로 감소되면서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기 보다는
가능한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인 것 같다
이웃 간의 왕래가 없으니 인정도 매 말라 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섬,
아니 섬처럼 되어가는 느낌이 많이 든다.
군중 속에서도
너는 이미 우리가 아니라는 집단적 상실감
우리에게 이제 이웃은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 속에 안주하는 섬들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주위 사물에 신경을 쓰는 일,
생각의 방향을 잠시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아깝거나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시간에는
연속된 시간과 구획된 시간이 있다고 한다.
컴퓨터 개임기 같은 것이 연속된 시간을 제공하는
수단 , 유행하는 기기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연속된 시간을 선호하게 되면 생각이 단순화 되고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이 감소되는 것 같다.
아직도 지하철 탑승 순간부터 내내 통화를
계속 이어가는 승객들이 종종 목격된다.
통화를 마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본인은 긴급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용도 별로 없는 대화로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것에도
관심을 좀 두는 습관이 필요한 것이다.
가정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것으로
휴일 날 많은 시간을 TV시청하며 보내는 경우다
외출하기에는 준비할 사항도 많고 준비가 않되
눌러 앉아 액정을 통해 세상을 본다지만,
TV시청이란
연속된 시간을 확보하는 수단을 챙긴 것
외엔
하루동안 시간을 그저 그렇게 보내버리게 된다.
구획된 시간을 생각해 보자
서울서 부산으로 여행을 간다고 가정하자.
이동수단으로 기차와 비행기가 있다면
항공여행이 기차여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획된 시간을 많이 갖게 해 준다.
KTX 열차를 이용하면
수속하고 앉아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경치를 보는 동안 큰 변화 없이
부산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항공기를 탑승하게 되면
별도의 복잡한 수속을 감수해야 되고
도착 후 공항에서 목적지까지의 운송수단도
생각해야 된다.
결과적으로 항공기 이용 시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의 단절을 경험해야 하며
맞이하게 되는 다른 국면과 사람들에 관련된
상황대처에 잠시 잠시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연속된 시간의 단절이란 지금의 생성이다
새로운 현재로 구획되어지는 시간은 새로운 사고와 행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시공인 것이다.
선택되어지는 시간인 수많은 지금의 묶임이
구획된 시간이다.
계절은 우리에게 지난 시간을 추억하게 하고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계절 덕에 우리 이웃들 모두가 부지런해지는 것 같다
농사철 이웃의 품앗이 필요한 것도 다가오는 계절,
새로운 시간을 맞이해야 하는데 손이 부족해서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것들이 떠나버린
허허로운 계절인,
겨울이 우리들 곁에 와 있다.
겨울은 우리 자신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이 겨울 여행을 떠나서 마음껏 외로워져 보자
둘이서 또는 혼자서라도
낯선 거리,
낯선 도시에 살고 있는 타인들의 삶을 마주해 보자
여행이란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
떠남 없이 여행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둘이서 추억을 만들고
혼자서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껴보자
“시간과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은
현재를 항상 의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을 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피곤하다. 단순히 살고 싶다.
우리는 편하다 해서 단순해짐으로 섬이 되지 말자
여행은 피곤하지만 달콤하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구획된 시간을 우리에게 선물로 준다.
* 201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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