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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당선자 경제공약

18 대 대통령으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 관심사 1순위는 경제다. 글로벌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한국도 경제 성장이 정체 상태다. 소위 ‘박근혜노믹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 정책 핵심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요약된다. 여기에 ‘푸세(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가 더해진다. 하지만 일부에선 복지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벌써부터 의문을 제기한다. 박근혜노믹스의 핵심 사항과 이행 가능성을 점검한다.

경제민주화

재계, 안도 속 수위에 촉각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후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선거전 초반부터 재벌개혁, 대·중소기업 상생 등 경제민주화가 공약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경제 관련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앞세운 바 있다. 순환출자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신규 출자만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자율 해소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도 부정적이다. 대기업 총수들의 지분을 뛰어넘는 경영권 행사에 대해 법 규제보다는 연기금의 대기업 보유 지분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자본의 금융 계열사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강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핵심 브레인인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원칙이 서 있는 자본주의가 기조다. 대기업 체제의 장점은 살리되 시장에서 반칙을 저지르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것은 근절하겠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박 당선인의 비교적 온건한 공약에도 볼멘소리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공약이 현실화하면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된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중 당장 영향을 줄 내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야는 순환출자 금지의 수준과 금산분리, 대기업 총수 사면권 제한 등 기업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움직임이다. 순환출자 문제만 해도 공약보다 강화될 소지가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하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신규 순환출자구조 외에 기존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범죄 처벌 강화 방침에 ‘벌벌(?)’

H그룹 관계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야 안 하면 그만이지만, 기존 순환출자 문제를 건드리면 일이 복잡해진다. (순환출자 고리가 있는) 기업 입장에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써야 한다. 투자에 들어가야 할 돈이 지분 정리에 쓰이는 셈”이라고 각을 세웠다.

금산분리 강화 역시 민감한 문제. 삼성이 대표적이다. 박 당선자 공약대로라면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기존 15%에서 5%로 낮아진다. 당장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8.74%를 갖고 있다. 3.74%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SK, 한화, 태광그룹 등은 재벌 총수의 사면권 제한 공약이 관심사다.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면권이 금지되면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진다는 논리다.

계열사에 부당한 방법으로 일감을 몰아주거나 하도급 업체에 부당한 피해를 입히는 등 대기업의 반칙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가져갔을 때 강하게 처벌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에 찬성한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 업종에 진입할 때 정부가 사업 시작을 늦추도록 하는 조정제도를 강화키로 했다. 대형마트 문제도 휴무일을 늘리는 등의 영업 규제에는 반대하지만 중소도시의 대형마트 신규 입점은 지역 협의체에서 합의된 때에만 허용하는 등 진입 규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일부에선 신규 순환출자 금지나 금융 계열사의 지분 의결권 제한보다 불공정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박근혜식’ 규제가 기업을 더 강하게 옥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세제

거래 활성화로 부동산시장 살려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은 크게 규제 완화와 주거복지 활성화로 요약된다.

박 당선인은 2012년 말 종료될 예정인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올 상반기 전국 주택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취득세 감면 이후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취득세 감면을 내년까지 연장하면 거래 활성화에 적잖은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많다. 미분양 주택 양도세 면제도 함께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안이 국회를 통과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을 보금자리주택이나 집값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박 당선인은 “민간주택은 분양가 상한선을 폐지하는 게 좋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침 건설업계도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라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09년 말부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해 일반세율(6~38%)이 적용됐다. 내년부터 다시 2주택자는 양도차익의 50%, 3주택자 이상은 60%의 양도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에 중과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다시 일반세율로 돌아간다.

주거복지 분야는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보편적 주거복지’를 내세워 매년 건설임대 7만가구, 매입전세임대 4만가구, 전세자금 융자 18만가구 등 45만가구 주거를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임기 중 유휴 철도부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20만가구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가 관심을 끈다. 국유지라 토지 이용료가 낮은 만큼 싼값에 주택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하반기 1만가구를 먼저 착공한다.

보금자리주택은 분양 물량을 줄이는 대신 임대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철도부지 임대주택 20만호, 실현 가능성 낮아

중요한 건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여부다. 철도 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으면 집값은 저렴하겠지만 소음, 진동 문제가 우려돼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집값 하락 주범으로 꼽힌 보금자리주택은 아예 없앨 순 없지만 분양에서 임대 위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그만큼 재원이 확보돼야 하는데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을 실천하려면 넉넉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조세 정책에 손질을 가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일단 증세 대신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 법인세 부담을 늘리지 않기로 했고, 소득세 인상도 지난해 38%의 최고세율 구간이 신설된 만큼 갑작스러운 세율 인상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신 매년 반복적으로 일몰이 연장되는 조세 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할 방침이다. 주로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던 각종 특혜성 비과세, 감면 제도가 당장 내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증세 없이 비과세, 감면만으로 재원을 마련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대학 교수는 “증세 없이 지출을 아끼는 것만으로 공약을 실천하긴 어렵다. 일부 공약을 수정하거나 국민에게 증세 필요성을 설득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가계부채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보장 가능할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복지 정책 중 가장 강조해 온 것은 확실한 국가책임 보육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다. 선별적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복지가 주류를 이루면서도 기초노령연금과 5세 이하 아동 무상보육은 전 계층에 대해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보편적 복지의 색채도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75% 수준인 암, 뇌혈관, 심혈관, 희귀성 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을 2013년 85%, 2014년 95%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2016년 10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장률을 100%로 올리려면 연 2조1000억원이 필요하고 임기 5년간 계획대로 단계적으로 보장률을 올리면 연평균 1조5000억원이 들어간다는 게 새누리당 추산이다. 현재 소득별로 3단계(200만원, 300만원, 400만원)로 돼 있는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은 50만원 단위로 50만~500만원까지 10단계로 세분화한다는 게 박 당선인 공약이다.

박 당선인은 또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기초생활보장 급여체계를 개편할 전망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을 선정할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다. 또 재산소득환산제를 현실화한다. 이는 기본재산 규모를 초과하는 일반재산, 금융재산, 승용차 등 재산금액을 소득으로 환산해 수급자의 소득에 합산하는 제도.

그동안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비율이 낮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 당선인은 또 현재 최저생계비의 120%로 돼 있는 차상위 계층 기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상대빈곤’ 기준에 해당하는 ‘중위소득의 50%’로 바꿔 잠재적 빈곤 위험계층 보호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보편적 복지 정책도 있다. 만 5세 이하의 영유아를 둔 전 계층 가정에 대해 무상보육을 실시한다.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양육수당을 주겠다는 게 박 당선인 공약이다. 이는 내년 3월부터 현행 0~2세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폐기하고 대신 소득 하위 70% 가정에 월 10만~20만원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현 정부 방침과 다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가계부채 탕감 도덕적 해이 논란 일 듯 

정책 성공의 열쇠는 재원 마련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을 높이는 데 연평균 1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등 복지 정책 공약 실천에 연평균 26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박 당선인 측은 재원 마련을 위해 따로 재원을 조성하는 대신 복지정보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복지 지출 누수를 막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원 마련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발 빠르게 내년 예산안과 기금운용 계획에서 공약 실천용으로 6조원의 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지만 수십조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금융 정책 가운데에서 관심을 끄는 건 가계부채다. 주택과 함께 중산층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점에서 차기 정권에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가계부채 가운데에선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신용회복 신청자의 빚을 50%까지 감면해주겠다는 정책이 주목받는다.
신용회복기금, 부실채권기금 등을 활용해 정부보증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조달한다. 최대 50%까지 부채를 탕감해주고 20~30%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층은 1인당 1000만원 한도 내에서 10%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채무 조정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병수·명순영·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88호(12.12.26~12.31 일자) 기사입니다]